이명박 정부가 취임한 지 2년째 되는 2월 25일 한나라당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대부분 한나라당 의원들로 채워진 재석의원 1백63명 중 찬성 1백48표를 얻고 통과됐다.
그동안 1년 단위로 파병해 온 선례를 깨고 자그마치 2년 6개월 동안 파병하는 안이다. 압도적인 반전 여론과 절반이 넘는 재파병 반대 여론에 밀려 지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병 시절 반복돼 온 파병 기간 연장 논란을 피해가려는 것이다.
이로써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침략 전쟁”을 부인하는 헌법 정신을 스스로 부정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학살하는 전쟁의 하위 협력자가 되기를 자처했다. 이들은 앞으로 발생할 모든 비극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와 한나라당은 밀실에서 재파병을 추진하면서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한 공청회도, 임무 종결 지역에 재파병하는 이유를 묻는 청문회도 거부했다.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 무소속 의원들만 표결에 참석한 국방위는 시민단체의 방청도 허락하지 않은 채 재파병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명박 정부가 온갖 거짓말로 학살 파병을 숨기려 해도 진실을 가릴 수 없다. 이미 오바마가 계승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지난 8년 동안 ‘테러와의 전쟁’도, 민주주의를 위한 전쟁도, 여성 인권 개선을 위한 전쟁도 아닌 강대국의 패권을 위한 전쟁이라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 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적으로 반전 여론이 증가하고 있고, 특히 미국 내 반전 여론이 급증하고 있다. 또한, 철군 시기를 미루려다 네덜란드 연립정부가 붕괴했다.
반전 여론에 밀려 재파병 반대 당론을 정한 민주당은 이번 국회 본회의 재파병 동의안 표결에 참가하지 않고 퇴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재파병 동의안의 본회의 상정을 합의해 준 것은 유감이다. 본회의에 상정되면 과반의석인 한나라당이 통과시킬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와 재파병에 동조하는 한나라당은 똑똑히 알아 둬야 할 게 있다. 오바마가 3만 명이 넘는 미군을 증파하고 마르자를 본보기 삼아 끔찍한 학살 작전을 수행해도 이 전쟁에서 쉽사리 승리하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오히려 전쟁에 대한 환멸과 추락하는 오바마 지지율에 가속 페달을 달게 될 것이다.
또한,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이라는 결정을 내린 이명박 정부는 네덜란드 연립정부가 파병 문제로 붕괴한 사건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재파병은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생명을 위협할 부메랑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