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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승리의 비결을 말한다

전면파업으로 정리해고를 중단시킨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물러서지 않고 싸운 것이 승리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지난 두 달간 뭐든 했어요. 부산 시내도 매일 돌아다니고, 서울 가서 집회도 하고, 임금이 깎이는 것도 마다 않고 잔업 거부, 부분파업도 계속했습니다.”

2월 26일 전면파업에 돌입한 지 열 시간 만에 사측을 굴복시킨 한진중공업 노동자들 ⓒ사진 제공 금속노동자 (ilabor.org / 신동준)

“팀장들이 돌아다니며 ‘몇 푼이라도 쥐어 줄 때 명예퇴직해라, 나중에는 한 달 치 월급만 받고 나가야 한다. 그렇게 쫓겨나면 갈 데도 없다’고 했습니다. 입사한 지 일 년도 안 된 막내한테도 [해고] 명단 통보를 했어요. 명단에 들어간 사람이 하도 많으니까 나중에는 악만 남더라고요. 조합이 전면파업도 예고한 마당에 그래 한번 붙어 보자 한 거지요.”

총파업 전야제가 열린 2월 25일, 공장에 모인 노동자들은 묶어 놓은 깃대가 부러질 정도로 광풍이 이는 폭우 속에서도 한 치 흔들림이 없었다. “눈빛들이 형형했지요. 사측 관리자들도 다 봤을 거란 말입니다. 더 밀어붙였다간 오히려 큰 싸움 된다는 것을 안 거지요.”

“2003년에도 그랬어요. 투쟁이 길어지고 김주익하고 곽재규가 죽고 나서는 조합원들이 보이는 게 없으니까 끝까지 가 보자는 심정으로 싸웠어요. 사측이 이러다가 정말 뒤집어지겠구나 싶어서 백기를 들었죠. 그 뒤에 몇 년간 사측이 노조에게 뭐하나 강요하지를 못했어요. 이번에 경제 위기라고 하면서 그동안 노조에게 빼앗긴 주도권을 가져오려고 했는데, 더 밀어붙이면 2003년 꼴 날 거라고 생각한 거죠.”

노동자들은 전면파업 전에 명예퇴직 등으로 공장을 떠난 4백여 동료들 생각에 “가장 가슴 아프고 그래서 승리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고 말한다. “노동조합이 보다 확신을 줬으면 안 나갔을 사람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동조합이 전면파업 전에 “양보안을 제시한 것은 실수”라는 지적이었다.

백기

한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50억 양보안 내는 것을 보면서 억수로 불안했어요. 회사가 무능한 영업으로 위기를 초래한 것인데 갑자기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다고 인정한 것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 정리해고가 되냐 안 되냐가 아니라 우리가 어느 정도 책임을 질 거냐 하는 수위를 가지고 논의를 하게 됐어요. 그래서 싸우자는 조합원들 사이에서 비판이 많았어요.”

실제로 노조가 양보안을 냈지만 사측은 그것을 거부하고 명예퇴직을 받기 시작했고 노동자들이 전면파업에 돌입한 후에야 ‘백기’를 들었다. 양보가 아니라 강력한 투쟁이 사측을 물러서게 한 것이다.

노동자들은 ‘제2라운드’가 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세계적인 조선업 위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려는 사측의 공격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지금이 “조직 강화를 꾀할 시기”라고 말한다.

한 하청 노동자는 비정규직과의 단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청 노동자들이 훨씬 많은데, 하청이 손을 같이 놔 줘야 정규직도 파업할 수 있습니다. 함께 싸우자고 손만 내밀면 같이 할 노동자들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러려면 1사1노조를 해야 하죠. 2007년 노조 설문조사에서 조합원들 다수도 1사1노조에 동의했습니다. 정규직 노조가 나서면 지금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금호타이어 소식을 궁금해 했다. “금호타이어가 어떻게 되느냐가 우리한테도 중요합니다. 금호타이어에서 해고하면 우리도 또 해고하려고 할 거 아닙니까?”

나아가 한 조합원은 근본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너희가 책임지라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정도지만 나중에 정말 다 나가라고 할 때 이명박이 만든 조건을 넘어서려면 사회적 투쟁, 정치적 투쟁이 필요합니다. 물량이 하나도 없는 시기가 오면 저들도 순순히 물러서지 않겠죠. 그때는 〈레프트21〉이 말한 것처럼 우리도 그리스처럼 국가가 책임지라고 말하면서 모두가 싸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