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학칙개정 운동:
“학교의 감시대상에서 학교의 주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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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숙명여대 당국이 학생들을 사찰했다는 것이 폭로됐다. 학교 부처인 ‘학생문화복지팀’(이하 학복팀)이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숙대 학생들이 학내 인터넷 게시판에 쓴 글 등을 수집한 문건이 발견된 것이다. 학교를 비판하거나 광우병 촛불집회와 관련한 글들이 주요 스크랩 대상이었다. 학교는 해당 글을 쓴 학생들에 대한 세세한 정보도 수집했다.
사찰 문건이 발견된 직후 총학생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15개 과학생회, 동아리 등과 함께 ‘자유로운 숙명인들을 위한 고함’(이하 자명고)이라는 대책기구를 꾸려 대응해 왔다.
겨울 방학 동안 진상규명을 하려고 몇 차례 학교 측과 면담했지만 학교는 형식적인 답변만 했다. 심지어 전 학생처장은 뻔뻔스레 학생사찰이 “학생들의 행복한 대학생활을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이에 자명고는 최근 학생 사찰 문제를 학칙개정 운동으로 발전시켰다. 학생 사찰 문제는 ‘학생을 관리 대상으로 바라보는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고 학칙이 학생들에 대한 “학교의 통제와 감시를 명시해” 놨기 때문이다.
사찰 문건에서도 드러났듯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학생들 중 몇몇은 학복팀의 ‘콜’을 받았다. 학복팀은 학생들에게 왜 글을 썼는지 묻고 심지어 삭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사찰 피해자 중 한 명인 박솔희 씨도 지난 2008년 6월 10일 촛불시위에 함께 가자는 작은 광고지를 붙였다가 학교 당국의 “잔소리”를 들었다. 그는 고려대 출교 사태처럼 “학교가 어떤 학생들이 ‘전문 시위꾼’인지를 파악해 놓고, 나중에 이들이 집회를 주도하거나 학교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면 이를 근거로 징계나 가중처벌하려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블랙리스트
대자보 부착과 장소 사용 모두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렇다 보니 “학교가 나가려는 방향과 맞지 않는 방향성을 갖고 있는 동아리, 대체로 사회과학이나 인문학 동아리”에는 “동아리 홍보 포스터[에 승인 도장을] 안 찍어 준”다거나 “세미나, 강연을 위한 장소 사용 신청도 안 받아 주는 경우”(강보람 총학생회장)도 있었다. 심지어 총학생회 축제 행사도 모두 승인받아야 한다.
한마디로 모든 학생 활동은 학교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이것이 학칙에 명시돼 있는 것이다.
최근에도 학교는 한 동아리가 주최한 정연주 전 KBS 사장 초청 강연이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장소 사용을 방해했다.
이런 숨막히는 학생 자치 활동 억압은 2008년까지 10여 년 간 숙대를 ‘지배’한 전 총장 이경숙 체제 아래서 계속돼 왔다. 어떻게 이경숙이 ‘MB맨’이 될 수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강보람 총학생회장은 학칙개정 운동을 “그동안 학내에 팽배했던 학생 자치권 탄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로 삼아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자명고는 표현의 자유와 자치활동을 억압하는 조항들을 학칙에서 폐기할 것을 주장한다. 나아가 대학 등록금 등 “학교의 중요한 정책결정과 학사운영”에 학생 참여를 보장하도록 대학평의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구한다.
숙명여대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이렇게 한 사안을 두고 학내 여러 단체가 함께 대책위를 꾸린 것은 처음이다. 이는 그만큼 학생들의 불만이 크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23세)은 “여기가 제5공화국이냐”며 학생 사찰을 비판하고, “학생 개개인이 [대응]하기 힘든 만큼 학생회 측에서 움직여 주면 당연히 좋다”며 “[학칙개정을 위한] 총투표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찰 문서에서 대학들이 학생들을 통제·감시하는 법을 ‘상부상조’하는 정황이 드러났듯, 학내 민주주의 탄압은 숙명여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칙이 개정될 수 있도록 지지와 관심을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