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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학생 시위:
1백 개 대학에서 벌어진 교육 공공성 방어 시위

3월 4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40년 만에 가장 큰 학생 시위가 일어났다. ‘교육 수호를 위한 행동의 날’을 맞아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최소 32개 주의 1백 개 대학에서 각각 수백 명, 많게는 2천 명이 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말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주립대(UC) 등록금을 올 가을까지 32퍼센트 인상하기로 결정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미 2002년 이후 1백82퍼센트나 오른 주립대 등록금을 감당하려고 아르바이트를 두 탕씩 뛰는 학생들에게 이는 죽으라는 소리였다.

3월 4일 캘리포니아 ‘교육 수호를 위한 청년의 날’ “문제의 본질은 잘못된 우선순위에 있습니다.”

언론에 흔히 보도된 것과 달리, 이날 시위의 주인공은 대학생들만이 아니었다.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 학부모, 교사, 대학 강사, 교직원도 대거 합류했다.

이들은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재정적자를 만회하려고 교육 예산을 더한층 삭감하려는 것에 항의했다.

이미 교육 현장에서는 예산 삭감의 여파로 수많은 교사들이 해고됐고, 학급당 학생 수는 20명에서 30명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학생들에게 많은 과목 교재를 지급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대학에서는 수백 개 교양과목이 폐지됐으며 강사들이 무더기로 해고되거나 무급 휴직을 강요받고 있다.

시위대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물리라고 요구했고, 교육 현장이 무너지는 동안 감옥을 짓고 전쟁을 벌이는 데 엄청난 돈을 들이는 정부를 성토했다. “꼭대기부터 삭감하라”, “부자들에게 과세하라”, “교육은 무상으로 제공돼야 한다” 등의 구호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민자들과 흑인·라틴계에 대한 교육 기회 박탈과 학내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도 컸다.

오클랜드와 샌프란시스코 지역 공립 학교 학생·교사들은 교육 현장을 덮친 ‘재난’에 항의하는 의미로 이날 오전 ‘재난 대피 훈련’을 일제히 실시했다.

잘못된 우선 순위

학교마다 학생·교사·강사·교직원들이 인근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구호를 외치고 행진했다. 지나가는 차량들이 지지 표시로 울리는 경적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시위는 대체로 평화로웠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를 해산하려고 경찰이 곤봉을 휘두르고 최루액을 살포하면서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단지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 서비스 전반을 공격하는 데 항의하려고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정치인들은 교육 예산 아니면 보건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식으로 양자택일을 강요합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잘못된 우선순위입니다. 기업들은 올해에 기록적인 이윤을 벌어들이고 있는데 대가는 우리더러 치르라고 합니다.”(콜 산체스,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학생)

“학생들이 끼니를 굶으면서 학교를 다닙니다. 집이 없는 아이들도 있어요. 한 학급에 학생이 38~40명이나 되는데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챙깁니까?”(메리 플래니건, 리치몬드 초등학교 교사)

“등록금 인상에 맞서 학생과 교직원 노동자가 함께 싸워야 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학생들 편에 서서 싸웠고 학생들도 언제나 우리 편에서 싸웠지요. 우리 모두의 삶을 망치려 하는 캘리포니아 교육 당국에 맞서 우리는 단결해야 합니다.”(호세 멘데스, UCLA 교직원)

“우리의 적은 외국이 아니라 국내에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쏟아 붓는 돈이 하루에 4억 달러입니다. 그 돈을 교육에 써야 합니다.”(이라크 전쟁 참전 군인)

캘리포니아 시위는 경제 위기의 대가를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기려는 시도에 맞서 가장 최근에 일어난 반란이다. 2백억 달러에 이르는 캘리포니아 주 정부 예산 적자를 평범한 학생·교사·강사·교직원·학부모들이 메울지, 아니면 해마다 세금을 5백억 달러나 감면받는 캘리포니아 대기업들과 부자들이 메울지를 둘러싼 계급 전쟁이다.

이 운동의 당면한 적은 캘리포니아 주 정부지만,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지방 정부의 공공서비스 지원이 매우 부족한 것도 문제의 중요한 배경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바마의 새해 예산을 보면, 국방·외교 예산은 동결 대상에서 제외한 반면에 지방 정부 지원금은 쥐꼬리만큼 배정했다. 오바마 정부의 잘못된 우선순위도 이번 사태에 큰 책임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투쟁은 -시위 참가자가 의식했느냐를 떠나서- 경제 위기의 책임을 대중에게 떠넘기려는 오바마 정부의 정책에 대한 전국적 반격 움직임이기도 하다.

한국 대학들도 미국처럼 경제 위기 고통을 평범한 대학 구성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한국에서도 미국처럼 저항이 확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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