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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게이트’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지난해 말 코펜하겐 회의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나자 한편에서는 기후정의 운동이 급진화하고 있다.

코펜하겐 회의장 바깥에서 행진한 시위대 10만 명이 보여 준 것처럼 ‘기후가 아니라 체제를 바꾸자’는 요구는 단순히 몇 가지 정책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변해야 한다는 인식의 발전을 보여 준다.

올해 4월 볼리비아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세계민중회의가 그 바통을 넘겨받을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하는 ‘회의론자’들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 이런 회의론은 선진국 정부들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기대를 걸었던 많은 이들이 겪은 좌절감을 파고 들 것이다. ‘당장 행동에 나서라는 게 성급한 것 아닐까?’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은 코펜하겐 회의를 전후로 벌어진 몇 가지 사건들을 이용해 기후변화 과학이 심각한 오류와 정치적 왜곡으로 얼룩져 있다고 비판한다.

그중 하나는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 4차 보고서에 포함된 ‘2035년경에는 히말라야 빙하가 녹아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예측이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다.

IPCC는 이 주장에 확고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인정했다.

IPCC의 권위가 이토록 흔들린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이런 실수가 IPCC 보고서의 전체 신뢰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된 히말라야 빙하가 녹는 속도에 관한 부분은 전체 세 권의 2천8백57쪽짜리 보고서에서 제2권에 한 쪽이 채 안 되는 분량으로 나오는데 그것도 사례연구 부분에서 소개됐다. 더구나 2권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다루는 부분으로 기후변화의 원인을 논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김종환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연구원, 〈레프트21〉 24호)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말 코펜하겐 회의 직전에는 영국 이스트잉글리아 대학 기후연구센터의 컴퓨터가 해킹되면서 이메일 등의 자료가 유출됐는데, 그 자료에는 지구온난화 이론을 지지하는 학자들이 회의론자들의 논문을 주요 학술지에서 배제하려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대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회의론자들의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러나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의 주장은 과학과 과학자들에 대한 ‘상식’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그 상식이란 과학자들이 현실 세계의 이해관계와 무관한 정직한 관찰자들일 뿐이며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는 모두 믿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과학적 이론들은 자연 현상을 ‘반영’한다. 그러나 그런 이론들은 언제나 불완전하다. 그래서 자연 현상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이론들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이론들은 폐기되거나 보완된다. 과학자들은 각각의 이론에 따라 자신들이 갖고 있는 정보를 재구성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이론의 타당성 여부가 검증되기도 하지만 심각한 오류가 생기기도 한다.

경쟁

예컨대 80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 대기중 온실가스 농도와 온도 변화를 측정해 보면 지구온난화 이론이 맞는 것으로 드러나지만 이보다 훨씬 짧은 특별한 시기를 놓고 연구한다면 그 타당성은 부정될 수도 있다.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모두 다룰 수는 없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그중 중요한 일부를 선택해서 연구하는데, 무엇을 선택하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온실가스 배출 때문에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는 수없이 많다. ⓒ출처 영국 기상청 산하 해들리 센터

그래서 과학자들은 서로 다른 사람의 연구 결과를 검증한다. 그 결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받는 이론들이 채택된다. 상식과는 달리 많은 경우 과학 이론이 채택되는 과정에는 관찰 결과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원리도 작용하는 것이다. 대부분 이런 과정이 잘 지켜진다.

그러나 현실의 민주주의가 그렇듯이 과학계의 민주주의에도 결함이 있다. 특히 과학자들과 그들이 속한 연구소 사이의 경쟁 ― 권위를 획득하는 것은 물론 더 많은 연구 자금을 지원받기 위한 ― 이 영향을 미친다.

많은 과학자들이 권위 있는 과학자들이나 교수들의 논문에 이견을 제시하기를 포기하는가 하면 자신의 연구 논문에 그들의 이름을 포함시켜 검증 절차를 부분적으로 회피하려 한다. 어떤 과학자들은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과학자들의 논문 채택을 일부러 방해하기도 한다. 이스트잉글리아 대학에서 벌어진 일은 이런 현실의 일부다.

그러나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으로, 지난 10여 년 동안 거대 석유기업들과 미국 정부의 후원 하에 계획적으로 그런 짓을 저지른 자들이 이런 얘기를 할 자격은 없다. 이들이 제시하는 이론들은 아주 단순한 관찰 결과도 설명하지 못한다.

지구온난화는 진행중이고 그로 인한 기후변화는 인류 대부분에게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그리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과학자 존 패링턴이 회의론자들의 주장을 반박하며 지적했듯이 이런 일들을 교정하려면 “연구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동시에 이런 논쟁이 단지 과학적 논쟁이 아니라는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기후변화를 둘러싼 논쟁은 위험에 처한 인류 전체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