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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황 - 상황은 점령군에 점점 더 불리해지고 있다

이라크 전황 - 상황은 점령군에 점점 더 불리해지고 있다

알래스테어 캠벨[영국 총리실 대변인]의 허세도, 비굴한 각료들과 노동당 평의원들의 이구동성도 이라크 전황이 이 범죄[전쟁 범죄]자들에게 험악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은폐할 수는 없었다.

조지 W 부시와 토니 블레어가 전쟁을 벌이려고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는데, 이라크 현지 상황이 이토록 심각해지지 않았다면 그 논쟁도 이렇게 격렬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5월 1일 부시가 “승리”를 선언한 이후 이틀에 한 명꼴로 점령군 병사가 작전 도중 살해당했다.

6월 24일 영국군 헌병 6명이 살해당한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 사건이 발생한 장소였다. 바그다드 함락 이후 그 때까지 대부분의 교전 행위는 이라크 중부의 바그다드와 그 주변 지역에서 일어났다.

이라크 중부 지역 사람들은 주로 수니파 무슬림이고, 사담 후세인도 수니파 무슬림이었다.

6월 29일 이라크의 미국인 총독 폴 브레머는 [미군에 대한] 공격이 “바트당 정권 잔당”의 소행이라는 점령군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최근에 미국의 정보 자문 기업 스트랫포(Stratfor)는 이렇게 선언한 바 있다.

“지금 미국이 이라크의 수니파 지역에서 게릴라전에 말려들고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그래서] 갑자기 후세인의 행방이라는 문제가 중요해졌다. 후세인과 그 참모들이 어디 지하 벙커에 숨어서 전투를 지휘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나 6월 24일 사건은 부시와 블레어에게 훨씬 더 충격적인 일이었다. 영국군 헌병들이 살해당한 곳은 바그다드에서 한참 떨어진 마자르 알-카비르였다. 이 곳은 이라크 남부의 도시로, 후세인이 자신의 지배에 저항하던 게릴라를 섬멸하기 위해 물을 빼버린 거대한 늪지대 부근에 있다.

마자르 알-카비르 주민은 시아파 무슬림으로, 그들은 이라크 남부의 주요 세력이자 이라크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시아파 지역 민중은 1991년 걸프전 종전과 함께 사담 후세인에 맞서 봉기를 일으켰다가 잔인하게 진압당했다.

미국 국방부와 이라크인 꼭두각시들은 이번에 미군과 영국군이 침공하면 시아파가 봉기해 그들을 환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시아파는 봉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론은 살아남았다. 이라크 중부의 수니파보다 시아파가 점령군에게 더 우호적일 것이라는 얘기가 계속 나돌았던 것이다.

또, 우리는 서투르고 공격적인 미군보다 영국군이 현지인을 더 능숙하게 다룬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러나 그 사건이 북아일랜드 출신 사람들에게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닌 것처럼, 나는 마자르 알-카비르에서 전투를 일으킨 것은 바로 특공 연대의 우둔하고 야만적인 무기 수색이었다고 확신한다.

어느 누구도 이것이 일회성 사건이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 6월 26일 미군 해병대원 한 명이 나자프에서 살해당했다. 나자프는 이라크 남부의 시아파 성지(聖地)이다.

이라크는 다양한 인종적·종교적·정치적·사회적 전통을 가진 사람들로 이뤄진 크고 복잡한 나라이다.

이런 전통 중에는 미국인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있는데, 남자들이 무기 지니는 것을 정당한 권리로 여긴다는 점이다. 그들은 또 이런 무기를 사용할 기회도 많았다. 걸프전도 있었고, 쿠르드족 거주 지역과 늪지대에서 벌어졌던 게릴라전도 있었다.

후세인은 이 활기차고 복잡한 민중을 짓밟으려 했다. 그는 실패했다. 바그다드가 미군에게 함락되자마자 특히 시아파가 강력한 독자 조직들을 갖춘 채 그토록 신속하게 부상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지금 이라크인들은 점령군과 대결하고 있다. 그 점령군은 그들에게 기초적인 치안과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기는커녕 그들의 자치권을 거부하며 그들을 무장 해제하려 하고 있다.

이것은 점령군에게 아주, 아주 위험한 상황이다.

〈파이낸셜 타임스〉(6월 30일치)는 미국의 “국가 건설” 노력에 참가한 경험이 풍부한 전직 대통령 특사 제임스 도빈스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했다.

“도빈스 씨는 현재 [이라크에] 주둔중인 약 17만 5천 명 규모의 병력은 불충분하며 더 현실적인 수준은 약 30만 명 규모라고 추산한다. 미국 혼자서 이 병력을 거의 다 동원해야 한다면 미국의 군사 자원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병력을] 교대로 전장에 투입한다면, [연인원] 거의 1백만 명의 병력을 이라크에 주둔시켜야 할 것이라고 도빈스 씨는 말한다. 사실상 미군 전체를 이라크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파병이 가능한 병력의 절반 이상이 이미 이라크·아프가니스탄·보스니아·코소보에서 근무하고 있다.

“외교는 내 일이 아니다”던 도널드 럼스펠드조차 국제평화유지군을 거론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미국의 환심을 사고 싶어 안달이 난 일부 국가들은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했다. 폴란드가 이미 이라크 북부 지역을 떠맡았다.

그러나 동유럽에서 가장 비굴한 정권조차도 자국 병사들이 대거 사망하는 사태를 기꺼이 받아들일지는 의심스럽다.

아마 이라크는 진짜 수렁이 될 것 같다. 미국 지배자들이 지난 30년 동안 필사적으로 회피하려 했던 바로 그 수렁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