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장악 시도:
진상을 밝히고, ‘좌파 청소부’ 김재철도 물러나라
〈노동자 연대〉 구독
MBC 장악의 선봉장 김우룡은 《신동아》 4월호 인터뷰에서 김재철 사장 임명 후 “70~80퍼센트” 달성한 “MBC 좌파 대청소”는 “큰 집도 [김 사장을] 불러다가 ‘조인트’ 까고 [김 사장이]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입니다)” 하고 밝혔다.
정권의 방송 장악 음모가 핵심 당사자의 입으로 드러난 것이다.
파장이 커지자, 자칭 “MBC 회장” 김우룡은 신속하게 사퇴했다.
그러나 언론노조와 언론단체, 야당들은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은 3월 23일 기자회견에서 “정권이 경영권과 방송 내용까지 장악하려 한 것은 ‘국민에 대한 쿠데타’”라고 정부를 규탄했다.
박영선 언론개혁시민연대 대외협력국장은 “[김우룡 사퇴로] 도마뱀 꼬리 자르는 식으로 넘어가선 안 된다”며 “청와대의 개입 실체와 책임자를 밝혀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노조)는 3월 22일에 사장실 앞 농성을 시작했다. 이근행 위원장은 “김 사장이 물러날 때까지 투쟁 수위를 점차 높여 나가겠다”(〈문화방송노보〉)고 밝혔다.
지방 MBC 사장들도 이날 모여 “청와대가 [자신들을] 강제로 해임”했다며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정면으로 위배”한 김재철의 사퇴를 촉구했다.
‘낙하산 인큐베이터’
이명박은 집권 후 저항을 가로막고 우파 선전을 강화하려고 미디어 악법을 날치기하고 방송사 장악을 시도해 왔다. 김우룡을 앞세운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장악 시도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방문진 이사장을 공모했으나, 당시 이사장 공모에 신청했던 한 보수언론단체 대표는 방통위원장 최시중이 김우룡을 사전에 내정했다고 폭로하며 후보에서 사퇴했다.
그런 점에서 보수 매체의 폭로로 우파 정부 앞잡이가 몰락한 것은 통쾌하다. 《신동아》의 보도 배경이 무엇이든, “문제의 핵심은 … 정치권력이 방문진을 통해 MBC를 장악하려 했다는 사실관계”(언론노조)다.
애초에 방문진은 MBC를 정권의 통제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1988년에 만든 기구다. “공영방송 MBC”는 군사독재를 물리친 민주화 운동의 요구였다.
연보흠 MBC노조 홍보국장은 “외압의 방패가 되라고 만든 방문진이 ‘낙하산 인큐베이터’가 됐다”면서 “현 제도의 약점이 드러난 만큼 앞으로 사악한 정권이 들어서도 개입 못하도록 제도를 민주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금 이런 투쟁을 위한 실질 동력이 돼야 할 MBC노조 내부에선 ‘김재철이 물러난다고 더 나은 사장이 올까’ 하는 회의론이 있는 듯하다. 이런 논리가 MBC노조가 벌인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의 김을 빼는 구실도 했다.
김우룡이 사퇴한 지금은 우리 편에게 기회다. 마침 SBS노조도 “오직 대주주의 뜻만” 따르는 방송을 거부하며 파업 찬반 투표를 시작했다.
악재 속에 허덕이는 이명박의 위기도 봐야 한다. 오죽하면, 여당 실세 정두언이 “말폭탄 경계령”을 내릴 정도다.
지배 분파들 사이의 공개적 다툼은 우리 편에 자신감을 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폭로되는 진실은 저항 세력에 정당성을 준다. 이명박이 궁색한 처지에 있고, 때이른 승리감에 도취돼 천박한 말들을 내뱉던 김우룡이 쫓겨난 지금이 반격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