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에 비판적인 강남의 부자 절 주지[명진 스님]를 그냥 두면 되느냐.”
한나라당 원내대표 안상수가 지난해 11월 13일 조계종 총무원장을 만나서 전한 말이다. 이 발언을 명진 스님이 폭로하면서, 봉은사를 직영 사찰로 바꿔 명진 스님을 주지에서 쫓아내려는 조계종 총무원의 결정이 정권의 압력 때문이라는 게 드러났다.
문제는 명진 스님이 최근에 활발한 대외 활동을 하면서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 왔다는 것이다. 촛불항쟁을 지지했고, 4대강 죽이기에 반대하며,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편에 섰다. 봉은사 법회에서도 이명박 정부를 자주 비판했다.
“아동 성범죄는 좌파 교육 때문”이라던 안상수의 “좌파 스님” 발언은 대중의 공분을 샀다. 정부에 비판적인 네티즌들은 안상수와 그 아들들이 모두 병역 면제인 사실을 퍼 날랐다. 야당들은 안상수의 의원직 사퇴와 한나라당 출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당황한 안상수는 문제의 발언을 부인하고 명진 스님을 모른다고 발뺌했다. 그러나 11월 회동을 주선한 김영국 씨가 나서고 〈법보신문〉이 두 사람이 동석한 과거 사진을 폭로하면서 명진 스님의 폭로가 사실로 밝혀졌다.
이 정부가 방송 장악과 사법부 통제 시도에서 나아가 종교계에까지 압력을 넣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안상수의 좌파 낙인 찍기와 거짓말은 정권 실세들의 오만함 이면에 있는 불안감을 보여 준다. 좌파 낙인 찍기로 비판 세력을 위축시키고 우파의 집안 단속을 꾀했지만 실패하고 있다. 안상수의 거짓을 밝힌 김영국 씨도 한나라당 출신이다.
안상수의 발언은 이명박의 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지금 안상수는 ‘묵언수행’에 들어갔는지 입을 다물고 있다. “큰 집”에서 “조인트”를 까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구잡이 마녀사냥꾼 안상수는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최근에 곳곳에서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게 또 다른 반발이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