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노동자들의 파업은 기후변화 대처에 걸림돌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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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기후변화 토론회에 참가했다. 한 청중이 “철도 노동자 파업은 기후 변화 방지에 도움이 되지만, 석유 노동자들의 파업은 과연 그런가”하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은 오늘날 현실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한 달 전 〈레프트21〉 26호에는 프랑스에서 석유 기업 토탈(Total)의 정유소 폐쇄에 반대해서 노동자들 절반 이상이 파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실렸다.
기후정의 운동은 이 파업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석유 사용을 줄여야 하는 만큼 정유소가 문닫는 것을 받아들이고 노동자들에게 “전 세계 인류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라고 얘기해야 하는가?
정반대의 상황도 있을 수 있다. 각국 정부와 기업 들은 재생에너지의 생산단가가 화석연료보다 비싸다고 말한다. 그래서 보급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풍력발전 설비 제조업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다면, 기후정의 운동은 이를 지지해야 하는가?
먼저 석유 기업을 보자. 프랑스 토탈은 2009년 〈포춘〉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 6위에 들 정도로 막대한 이윤을 챙겼다. 기후변화 문제가 제기되자 토탈 같은 석유 기업들은 기후변화가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을 후원하거나, 탄소 시장과 탄소상쇄(예를 들어 나무를 심으면 그만큼 온실가스 감축을 인정해 주는 것)를 주장하며 정부 규제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필요한 기후변화 대책은 석유 생산 대부분을 중단하는 것인데, 석유 기업들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대책이다.
왜냐하면 한 자본가가 경쟁 우위에 있는 분야를 포기하고 다른 경쟁자들이 앞서고 있는 분야로 진출하면 과거 만큼의 이윤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자는 그렇지 않다. 고용이 보장되고 노동조건이 더 나아진다면, 석유가 아닌 직종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동안 석유 기업들이 벌어들인 막대한 이윤을 이용하면, 기존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더 많은 석유를 뽑아내려고 지구 표면을 샅샅이 할퀴는 그 많은 돈이면 아예 새로 공장을 지어 석유 노동자 전체를 재취업시킬 수 있다. 1999년에 영국 석유 기업 BP는 그해 영업이익의 0.05퍼센트만으로도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광 발전 기업을 인수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그 이윤에 대한 통제권이 자본가에서 노동자들한테 넘어와야 한다. 자본주의는 “사유재산 보호”라는 명목으로 이를 저지할 것이기 때문에 거대한 투쟁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투쟁의 씨앗은 바로 얼마 전 프랑스 노동자들이 고용을 지키고자 벌인 투쟁에서 찾을 수 있다.
석유 노동자들이 자동으로 자신의 투쟁과 기후변화를 연결시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사회주의자들이나 기후정의 운동가들은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하는 동시에 그 투쟁의 요구안을 놓고서 토론해야 한다.
지구 표면을 샅샅이 할퀴는
기후정의 운동이 석유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자본주의 국가와 기업들의 “분열지배 전략”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1990년대에 미국 태평양 북서안의 고목림을 둘러싸고 벌어진 투쟁은 이를 부정적 방식으로 보여 준다.
목재기업들은 최상급 목재를 얻으려고 국유림을 노렸고, 환경단체들은 이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였다. 정부와 기업은 “고용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벌목 노동자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였고, 수년에 걸쳐 처절하게 투쟁했음에도 결국 국유림은 대부분 훼손됐다.
당시 문제의 핵심은 나무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벌목 기업들이 사유림은 외국으로 수출하면서 국유림으로 국내 수요를 충당하려 했던 것과 목재 투기였다. 목재의 투기적 구매 금지, 목재·건축 기업들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노동자들과 지역 공동체에 지급할 것 등 노동자들과 환경단체들이 함께 투쟁할 수 있는 요구들이 충분히 있었지만, 정부와 기업들의 분열지배 전략에 말려 그러지 못했다.
만약 기후정의 운동이 석유 문제에서 노동자들을 기업주와 한편으로 본다면, 정부와 석유 기업은 “고용을 지켜야 한다”며 석유 생산을 옹호할 것이다. 그들의 진짜 목적은 고용이 아니라 석유에 중독된 체제를 지키려는 것이지만, 지금 같은 경제 위기에서는 그러한 분열지배 전략이 먹혀들기 쉬울 것이다. 그리 되면 미국 고목림 투쟁에서처럼, 정부와 석유 기업은 팔짱 낀 채 뒤로 물러나 있고 기후정의 운동과 노동자들이 서로 싸우게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풍력 발전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석유·석탄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돈을 버는 기업들인데도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들한테서 막대한 보조금을 받는다. 세계은행은 2008년 화석연료 기업들에게 보조금 31억 달러[3조 5천억 원] 이상을 지급했고, OECD 국가들 역시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보조금을 화석연료 기업들에 지급하지만 재생에너지 투자에는 아주 인색하다.
재생에너지 생산단가가 비싼 이유는 노동자들의 임금 때문이 아니라 이처럼 투자가 없기 때문이다. 기후정의 운동은 화석연료 기업들에 주는 보조금을 재생에너지로 돌리라고 요구하면서 풍력발전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를 지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