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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전쟁:
미국 패배는 탈레반의 공포 정치 부활 뜻하는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탈레반의 통치에는 두려움을 느낀다. 모든 점령군은 즉각 철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여지없이 ‘중세 광신도’이자 ‘전통 세력’인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게 되면 사람들의 인권은 어떻게 되느냐는 걱정을 듣는다. 얼마 전 한 토론회에서 한 청중이 나에게 던진 물음이기도 하다.

사실 이 문제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겪는 가장 흔한 딜레마다.

우선, 탈레반은 ‘중세 광신도’도 ‘전통 세력’도 아니다. 순도 1백 퍼센트 현대의 산물이고, 미국이 창조한 여러 괴물들(후세인, 피노체트 등) 중 하나다. 미국의 경제적 지원을 받아 온 파키스탄 정권은 전쟁 전까지만 하더라도 탈레반 최고 사령관인 물라 오마르에게 임금을 지불했다.

또한 원조 탈레반들은 아프가니스탄 전통 세력도 아니다. 파키스탄 종교학교에서 자란 이들은 1994년 아프가니스탄에 입성하면서 그 나라 전통도 아닌 턱수염을 기를 것을 남성들에게 강요했다. 기나긴 내전 동안 무법천지에 여성에 대한 폭력이 극에 달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들은 법과 질서를 약속하며 지지를 얻을 수는 있었다.

잠재력

더 중요한 사실은 미국의 군사적·경제적 지원이야말로 탈레반이 쉽게 권력을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는 점이다.

오늘날 탈레반에게 느끼는 공포는 지독히도 여성 억압적인 조처들 때문이기도 하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던 시절 여성이 직장에 다니거나 아이를 통학시키는 일은 금지됐다. 그리고 일부 도시에서는 여성의 장보기도 금지됐다. 여학교는 패쇄됐다. 모든 성적 표현을 탄압했고, 수세기 동안 동성애가 흔한 관행이었지만 탈레반 사령관들은 ‘죄’를 범한 신병을 처형했다.

또, 모든 이견은 전례가 없는 공포통치로 분쇄했다. 어느 측면에서 보면 탈레반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와하브파(이슬람 근본주의)보다 더 극단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배자들조차 쿠란의 이름으로 국민의 절반에게 모든 공민권을 빼앗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어느 누구도 탈레반을 위해 싸우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억압적인 탈레반이 왜 지금은 아프가니스탄 남부만이 아니라 전 국토의 80퍼센트 지역을 장악할 수 있었을까?

바로 제국주의 점령 때문이다. 이 전쟁은 수많은 자생적 탈레반을 양산했다. 영국 BBC 여론조사를 보면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탈레반에 대한 정치적 지지는 불과 10퍼센트대인데도 점령을 종식하려는 용감한 사람들은 탈레반이 되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미군이 베트남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었던 상황과 똑같다. 어찌보면 더 심각하다.

그때보다 발달한 군사 기술과 정보력으로도 낮에는 양귀비 재배를 하다가 밤이 되면 탈레반이 되는 사람들을 식별할 수 없으니 민간인 학살은 예고된 사건이다.

만약, 이 전쟁에서 탈레반이 승리하면 어떻게 될까? 탈레반이 전처럼 마음대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억압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 질문보다 먼저,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에서 언제나 탈레반과 같은 억압적이고 반동적인 정치를 가진 세력만이 권력을 잡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여성 해방과 혁명을 내건 공산주의자들이 1960년대 선거에서 카불 의석을 독식했다. 당시 이들과 경쟁하던 이슬람주의 세력들은 소수파로 전락했다.

또, 무엇보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을 물리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탈레반의 통치에 저항할 수도 있다. 우리가 엄혹한 군부독재를 종식시킨 것처럼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도 그럴 만한 잠재력과 능력이 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먼저 이 모든 것을 억누르고 있는 제국주의 점령을 종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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