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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경제에 봄이 오려면 아직 멀었다

겨울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 것처럼, 영국의 경제 불황도 좀처럼 끝날 줄을 모른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부추기는 모든 시도들은 실패할 것 같다.

파운드화의 가치는 영국 경제의 허약함을 보여 주는 하나의 척도다. 2007년 8월 경제 위기가 시작된 이후 파운드화는 다른 나라 통화 대비 28퍼센트나 평가절하됐다.

원리상으로 보면 파운드화의 평가절하는 영국 기업들에게 이득을 가져다 주었어야 한다. 왜냐하면 영국 수출품이 경쟁국들보다 더 싸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1월에 수출이 급락했고 무역 적자는 2008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38억 파운드[약 6조 5천억 원]를 기록했다.

이것은 세계 자본주의가 직면한 더 일반적인 문제의 한 징후다. 모든 선진 자본주의 경제들은 수출을 늘림으로써 경제 불황에서 빠져 나오려 한다. 달러 가치 하락을 방치해 온 오바마 행정부와 위안화의 가치를 달러 가치에 연동시킴으로써 경제 위기에 대응한 중국 지배자들이 지속적인 갈등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2월에 중국의 수출은 1년 전보다 45.7퍼센트가 늘었지만 2008~9년 사이의 겨울에 세계 무역이 급격히 위축된 사실을 떠올린다면 이는 결코 대단한 실적이라 부를 수 없다. 게다가 만일 모두 수출을 늘리고자 한다면 이 수출품들을 위한 시장은 대체 어디서 나올 수 있겠는가?

최근에는 보수당이 총선에서 패배할지도 모르며, 그 때문에 대기업들이 기를 쓰고 요구해 온 공공지출 삭감이 온전히 관철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소식이 금융시장에 알려지자 파운드화의 가치가 또 한 번 하락했다.

지난주[3월 둘째 주] 영국산업연맹(CBI)과 기업이사협회(IoD)는 알리스테어 달링 재무장관이 곧 발표할 예산안에서 더 빨리, 더 많이 삭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사협회의 마일즈 템플먼은 “조기 예산 삭감이 경기 회복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주장은 잘못됐다. 지출을 삭감하면 성장을 촉진할 온갖 긍정적인 효과들이 나타날 것이다” 하고 말했다.

대처주의

기업이사협회는 전통적으로 지배계급 안에서 대처주의 세력을 대변한다. 이들의 영웅인 대처의 최대 업적 가운데 하나는 1981년 3월 예산으로, 이 예산은 경기침체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올렸다.

대처주의자들은 이때 이후로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경제가 다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82년 말부터였고 실업은 1984년 봄까지 계속 늘었다.

어쨌든 현재 경제 위기의 두드러진 특징은 2000년대 중반의 신용 거품 때 쌓인 엄청난 가계부채다. 실업률 증가, 임금 삭감 압력과 더불어 막대한 가계부채는 소비 회복을 억누르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가 이를 보여 주는 한 가지 징후다. 모기지대출업자협회가 지난주 금요일[3월 12일]에 보고한 것을 보면, 지난 1월에 모기지 대출의 평균이자율은 1990년대 초에 기록을 시작한 이래 최저였다. 그런데도 모기지 대출 건수는 지난해 12월의 절반밖에 안 됐다.

미국의 상황은 더 나쁘다. 미국 주요 도시에서 주택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고 사람들은 살 때보다 가격이 더 떨어진 집의 대출금을 갚기보다는 차라리 집을 포기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이토록 쪼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지출을 삭감하는 것은 완전히 미친 짓이다. 세계경제와 마찬가지로 영국 경제가 지금껏 버티고 있는 것도 대규모 국가 개입 덕분이다.

‘경기 회복’의 허약함이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상황에서 데이빗 케머론[보수당 당수]과 조지 오스번[보수당 그림자 내각 재무장관]은 보수당이 선거에서 이기면 “가차없는” 긴축을 하겠다던 이전의 공약을 말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달링이 예산을 충분히 삭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면 언론과 시장은 또 한바탕 난리를 칠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는 신자유주의를 “계급 권력의 회복”이라 정의했다. 긴축 정책의 목적도 다름아닌 계급 권력의 회복에 있다.

지배계급은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을 대가로 초호화 파티를 치르다가 현재의 경제 위기를 초래해 놓고도 자신들의 계급 권력은 필사적으로 지키려 하는 것이다.

번역 김승현·천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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