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병원 - 이윤이 아니라 생명을 위한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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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승훈
서울대병원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파업의 주된 요구는 의료 공공성 확보와 인력 충원 및 처우 개선이다.
노무현과 보수 언론은 병원 노동자 파업을 두고 ‘환자를 볼모로 한 파업’, ‘불법 파업’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노무현은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은 환자들을 위한 파업이기도 하다.
의료보험 요양기준에 따르면 요양기관은 전체 병상수의 50퍼센트 이상을 다인용 병상을 확보해 운영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혜화동 본원의 경우 응급실 등 특수병동을 제외한 다인실 비율은 37.5퍼센트 정도다. 또, 서울대병원은 병실료도 가장 비싸다. 설문조사 결과 55퍼센트 이상의 환자들이 다인실로 가지 못해 입원비가 부담스럽다고 느꼈다.
병원 노동자들은 선택진료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선택진료제는 이름만 다르지 특진제다. 의대 교수에게 진료를 받으면 적게는 25퍼센트, 많게는 100퍼센트까지 추가로 돈을 내야 한다.
서울대병원의 돈벌이 위주의 운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병원측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사용한다. 서울대병원의 한 간호사는 “주사기도 불량품이 많아 손이 많이 간다. 고장도 잦다보니 환자들의 부담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병상 가동률을 높여 병원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 2002년부터 장기 환자를 줄이고 단기병상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IMF 이후 구조조정은 병원 노동자들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 주었다. 인력이 부족해 노동강도가 강화됐고, 퇴직금 누진제도 폐지됐다. 현재 전국의 국립대병원은 1천7백98명을 충원해야 할 처지다. 서울대병원은 19명을 충원하기로 합의했으나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환자들이 부탁해도 들어줄 여유가 없다.” 병원측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고용해 환자와 정규직 노동자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시간제 노동자들이 “한 달 오리엔테이션을 해도 모자란데 2주 교육받고 중환자실에 투입되고 있다.”
진정으로 환자를 볼모로 삼고 있는 집단은 노무현과 병원 운영자들이다.
OECD 국가의 경우 중앙정부 예산의 평균 14퍼센트 이상을 보건의료 예산에 투입하고 있는데, 한국은 보건복지 예산에서 따지더라도 2001년 현재 3퍼센트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노무현은 인수위 시설에 공공 의료기관 비중을 임기 내에 30퍼센트까지 높이고, 인구 5만 명마다 도시형 보건소 1개 설립, 자치구마다 공공병원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수위 시절 공약(公約)을 지금에 와서는 공약(空約)으로 만들고 있는 노무현과 병원 운영자들은 생명보다 돈을 우선시하고 있다. 병원 노동자 파업은 완전히 정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