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암살 모의 간첩 사건’:
북한 위협론으로 위기 탈출하려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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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국정원과 검찰은 황장엽 암살을 목적으로 남한에 잠입한 북한 간첩 두 명을 검거·구속했다고 발표했다. 국정원이 워낙 간첩 조작으로 악명 높은지라, 이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물론 북한 정권은 황장엽을 눈엣가시로 여긴다. 그러나 이는 황장엽이 북한 인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민주주의자여서가 아니다.
황장엽은 1997년 망명 전까지 억압적이고 착취적인 체제를 정당화하는 주체사상의 이데올로그였고 북한 지배계급의 핵심 인물이었다. 하지만 망명 후에는 미국과 남한 지배자들 편에 서서 북한 체제를 비난해 왔다. 그 때문에 북한 정권은 그를 증오해 왔다.
한나라당 대표 정몽준은 “영화에서나 나올 만한 일이 주변에서 버젓이 일어나 충격”이라고 했지만, “영화에서나 나올 만한 일”은 북한 당국만 저지른 게 아니다.
남한 정부가 북파 공작원을 대거 보냈다는 점은 영화 〈실미도〉로 제작될 정도로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은 심지어 1996년 총선을 앞두고 북한에게 판문점에서 총격을 일으켜 선거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다.
지방선거에서 패색이 짙은 이명박 정권은 이번에도 ‘북풍’을 적극 활용하기로 마음먹은 듯하다. 이번 사건 발표 시점이 천안함 침몰을 북한의 소행으로 몰아가기 시작한 시점과 절묘하게 일치하는 데다, 두 사건 모두 북한의 정찰총국이 기획한 것이라고 흘리는 것도 석연치 않다.
게다가 벌써부터 국정원과 검찰은 남파 간첩이 접선하려 한 고정간첩이 있을 것이라며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이는 주로 간첩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국내의 좌파나 지방선거 경쟁자를 겨냥한 것일 수 있다. 전에도 국정원은 북한 공작원뿐 아니라 그들과 접촉한 남한의 자생적 좌파들을 모두 엮어서 ‘간첩단’이라고 마녀사냥했다.
이번 ‘간첩 사건’은 지방선거 전후로 이런 일이 또다시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예고한다.
진보진영은 ‘간첩’을 빌미로 사회적 분위기를 냉각시키며 정치적 위기 탈출에 이용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