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불편해지는 책을 가끔 접할 때가 있다. 처음 학생운동에 발을 담그면서 읽은 《전태일 평전》이 그러했고, 얼마 전에 읽은 《소금꽃나무》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어렸을 적 감기에 걸린 내게 엄마가 물에 탄 가루약을 억지로 삼키게 할 때의 느낌, 바로 그 느낌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몸을 휘감는 듯했다.
《소금꽃나무》의 저자 김진숙 동지는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의 처녀용접사로 일하다가 노동조합 활동으로 해고돼 지금까지 20년 넘게 해고자이자 뛰어난 노동운동가로 활동해 왔다.
이 책을 들고 먼저 훑어 보면 그녀가 ‘공순이’에서 투사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그 와중에 먼저 저 세상으로 가버린 노동 열사들의 눈물 어린 이야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즉, 괴롭지만 우리가 결코 외면해서 안 되는 ‘현실’을 책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솔직하고 담백한 필체로 보여 주는 것이다.
‘일당이 좀 세서’ 용접 일을 배우고, 무시 안 받고 살려면 공부가 우선이라 생각해 찾아간 근로야학에서 자신을 ‘노동자’라 소개하는 것마저 부끄러워하던 저자는, ‘뇌수가 터지고 … 감전사고로 숯덩이처럼 새카맣게’ 죽어 나가는 동료들 보상이라도 제대로 받게 해 주려는 생각에 노조 대의원이 됐다.
그리고 도시락 투쟁과 생활임금 투쟁 등에 나서다 1986년 끝내 해고돼, 평범한 ‘공순이’는 어느새 경찰에 쫓기고 사장들에게 미움 받는 노동 투사가 됐다.
이후 노조 활동가로서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우리는 병원·지하철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정부 탄압에 맞서 진정한 교육을 위해 애쓰는 전교조 교사들, 현장에서 사측의 온갖 협박과 회유를 이겨내며 민주노조를 지키는 활동가들을 만난다. 그리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걸쭉한 사투리에 실려 노동자의 고단한 삶과 치열한 투쟁이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저자는 말한다. 노동자는 지금껏 단 하루도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없었다고. 세상의 주인이 되기까지 노동자는 싸우고, 쫓기고, 잡혀가고, 죽어가는 일들이 일상처럼 이어진다고.
그러나 이순신이 직접 못질·대패질하며 거북선을 만든 게 아니듯이, 지금까지 온갖 재화를 생산하고 지켜오며 세상을 만든 건 바로 노동자라고 역설한다.
자신과 다르게, 우리 아이들에게는 학교 가정환경조사서에 부모의 직업을 ‘노동자’라고 써 내는 당당함을 가르치고 싶다는 저자에게서 질서에 순응하는 ‘근로자’가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노동자’ 투사를 본다.
이 책은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그래서 좋다. 〈레프트21〉 독자들에게 감히 일독을 권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