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차밤바 세계민중회의 폐막식:
기후정의 운동이 칸쿤에서 다시 모일 것을 결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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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 코차밤바 축구경기장에 5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기후변화와 대지의 권리에 대한 세계민중회의’ 폐막식이 열렸다.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기도 하다.
마지막 날까지 등록을 마친 공식 참가자 2만여 명 외에도 볼리비아의 학생·청년·노동자 들 수만 명이 폐막 행사에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차베스와 모랄레스의 연설에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폐막식이 열리기 전 오전에 개최된 회의에서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과 선진국 정부들의 진지한 노력을 요구하는 공식 선언문이 채택되기도 했다.
미숙한 진행으로 여기저기서 혼란을 겪었고, 물론 17개 워킹그룹의 토론 내용이 충분히 공유되지도 않았고 결론을 내리지 못한 곳도 있다. 원주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별도의 18번째 워킹그룹이 행사장 밖에서 열리기도 했다. 핵 발전 문제는 의제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회의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회의의 핵심 목표, 곧 세계 기후정의 운동의 자신감과 사기를 높이고 급진적 요구들을 중심으로 단결한다는 목표는 어느 정도 이뤘다.
무엇보다 코차밤바 회의에서는 올해 11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유엔기후회의에 맞춰 대규모 국제 동원과 시위를 하자는 제안에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다.
폐막식날 오전에 열린 회의에서 차베스는 남미에서 이 동원을 위해 2백50만 달러를 지원하자고 제안했고 볼리비아, 에콰도르 정부 등이 이런 제안에 호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운동총회를 개최한 비아캄페시나 등도 칸쿤 시위 조직을 호소했고 해마다 열린 국제공동행동의 날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징검다리
운동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몇가지 쟁점에서는 진전도 있었다.
‘숲’을 주제로 토론이 이뤄진 워킹그룹에서는 발리 회의 이후 운동 내에서조차 논란을 빚어 온 REDD를 반대하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채택했다. REDD는 열대우림을 보호하는 기업들에게 그만큼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인정해 주는 제도로 사실상 열대우림 원주민들을 삶의 터전에서 쫓아내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또, 숲을 사유화하고 ‘보존’을 명분으로 오히려 숲을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국의 환경운동 내에서 여전히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배출권 거래’를 지지하는 입장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는 코차밤바 회의에 참가한 단체들과 활동가들이 대체로 지난해 코펜하겐 시위에서 급진적 슬로건을 중심으로 뭉친 이들이기 때문인 듯하다.
정부에 대한 로비와 온건한 정책적 대안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주류 환경운동 단체들과는 달리 이들은 급진적 요구들을 중심으로 한 대중 운동 건설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기후정의네트워크나 기후정의행동 등이 대표적이다.
코차밤바 회의는 기후변화 운동의 급진화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운동을 발전시키고 행동을 조직하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노동자들과 원주민들, 농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다국적 기업, 주요 선진국 정부들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는 주장이 언제나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과 한국의 다함께가 공동 주최한 ‘기후변화와 혁명’ 토론에도 라틴아메리카 청년들이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공식 행사가 끝난 늦은 시간에 열린 데다 토론 직전에 장소가 변경되고 토론장 안팎에서는 워킹그룹 논의 결과를 두고 언쟁이 벌어지는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참가자들은 대부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토론에 적극 참가했다.
다른 토론들에서도 참가자들은 “시장과 IMF, 세계은행 등은 문제를 악화시키기만 한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기후정의 운동에 노동자들이 적극 가세해야 한다는 주장에 많은 참가자들이 고개를 끄덕였고 코펜하겐 이후 급진화한 기후정의 운동과 노동조합 운동의 단결을 촉구하는 주장도 많은 박수를 받았다.
코차밤바 회의는 코펜하겐에서 칸쿤으로 가는 중요한 징검다리가 됐다.
이제 이 징검다리를 딛고 얼마나 멀리 나아갈 수 있을지는 순전히 코차밤바 회의에 참가한 수만 명의 활동가들이 칸쿤에서 그리고 각국에서 어떻게 운동을 조직할지에 달려 있다.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한 급진적 대중 운동이 한국에서도 건설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