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는 양보가 아니라 투쟁으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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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정책보다 운동 … 노동조합 나서야’(〈레디앙〉 4월 23일치)라는 글에서 노동자도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편적 복지제도 도입에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므로 세금 내는 사람도 늘어나야 한다는 논리다.
물론 세금을 더 내서라도 복지 혜택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국의 복지 현실은 열악하다.
그렇다고 “병[증세] 주고 약[복지] 주겠다”는 오 실장 계획의 문제점들을 가릴 순 없다.
첫째, 이 계획은 빈부격차를 더 심하게 한다.
경제 위기로 노동자들의 소득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현실에서 “보편 증세”는 노동자들의 부담을 더 크게 할 것이고 결국 빈부격차를 더 확대할 것이다.
당연히 지지를 모으기도 힘들어 보편 복지를 쟁취할 동력도 만들지 못할 것이 뻔하다.
둘째, 먼저 세금을 올린다고 정부와 기업주들이 양보할 거라는 보장이 전혀 없다.
예를 들어, 특별법을 만들어 2002~2006년 건강보험 재정의 절반을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지만, 이 기간 정부는 3조 7천억 원가량을 내지 않았다. 예상 보험료 수입액의 20퍼센트를 정부가 내는 것으로 법을 바꾸고도 지난해까지 정부는 법정 납부액을 채우지 않았다.
전면 무상급식은 이미 예산이 있는데도 정부와 기업주들은 반대한다. 무상급식이 다른 보편 복지 욕구를 자극해 부자 증세 압력으로 다가올까 두렵기 때문이다.
이런 자들에게 “내자” 운동이 성과를 낼 거라고 보는 건 순진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다.
오 실장은 “국가와 자본을 향한 요구투쟁 … 방식에만 의존하는 것”을 문제 삼는다. 그러나 오히려 문제는 “요구 투쟁”이 더 강력하지 못했던 것에 있다.
기업주들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감당하느니 복지제도를 도입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 보편 복지를 도입하기 시작할 것이다. 불평등한 현실을 생생하게 알리고 노동자들이 단결해 정부와 기업주에게 “보편 복지”를 “요구”하며 싸우도록 고무해야 하는 게 좌파의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