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호전적 세력의 장사포가 우리를 겨누고 있다”:
“안보 위기”는 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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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이 침몰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사건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반대로 이명박 정부가 이 사건을 빌미로 ‘안보 강화’를 내세우며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의도는 점점 명백해지고 있다.
5월 4일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소집한 이명박은 그 자리에서 천안함 침몰 원인을 북한 소행으로 몰아갔다.
“국민들이 불과 50킬로미터 거리에 가장 호전적인 세력의 장사포가 우리를 겨누고 있음을 잊고 산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이명박 정권은 실제로는 천안함 침몰을 북풍에 이용하면서도, 이명박 자신은 “내가 북풍을 하겠다고 하면 처음부터 북한 소행 같다고 이야기하지 않았겠느냐”며 발뺌했다.
이제는 이명박 자신이 북풍 이용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국방장관 김태영도 5월 2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응징”을 다짐하더니, 이날 회의에서도 “3월 26일은 우리 함정이 기습받[은] … 국군 치욕의 날”이라며 이명박을 거들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어떤 근거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 자신이 증거들을 감춤으로써 이번 사건을 “영구미제”로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받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안보전략 비서관이었던 박선원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초빙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갖고 있으면서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자료를 미국이 갖고 있다”며 사고 직전 천안함의 이동 방향과 속도, 교신기록 등 결정적 증거들을 이명박 정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리고 북한 어뢰의 공격보다는, 지나치게 해안 가까이 접근하다가 좌초됐거나 한국군이 설치한 기뢰를 폭발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BBC〉 방송도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면 그런 행동이 얼마나 도발적인 건지를 알면서도 북한이 해군 방어를 강화하지도 않은 채 공격을 감행했을 리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안보태세와 안보의식은 이완돼 왔다”며 천안함 사건을 ‘안보 정국’ 조성에 악용하려 한다. 심지어 북한을 ‘주적’으로 재규정할 기회도 엿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통해 정부와 체제에 대한 비판을 위축시켜,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할 지도 모르는 상황을 역전시키고 고통 전가에 맞선 노동자 투쟁이 활성화하는 것을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병호 이명박 정부는 이번 사건을 빌미로 군사력도 증강하려 한다. 특히 휴전선 인근에 북한을 겨냥한 무기들을 대거 배치하고 서해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런 조처들은 서해교전과 같은 남북간 우발적 군사 충돌 가능성을 더욱 높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핑계 삼는다. 물론 북한은 경제력에 견줘 상대적으로 중무장한 국가다. 하지만, 남한이 훨씬 더 중무장한 국가다. 2007년 CIA 보고서를 보면, 북한은 18위를 차지했지만, 남한은 세계 9위의 군사대국으로 꼽힌다. 핵무기를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면 남한은 6위의 군사대국이고, 군사비 지출로도 세계 8위다. 군사비 지출 총액에서는 1980년대 초반부터 이미 남한이 북한보다 2.5배 많은 군사비를 지출했다. 따라서 북한 위협은 핑계일 뿐이다. 천안함 사건은 울고 싶은 아이 뺨 때려 준 격의 사건이다. 한국 정부는 오래전부터 발전한 경제력에 맞는 정치군사적 힘을 키우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남한 정부는 ‘자주 국방’을 명분으로 국방비를 대폭 증액했는데, 이명박 정부는 이제 북한 위협을 명분으로 이런 시도를 더욱 강화하려 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군비 증강은 북한과 일본, 중국 등의 군비 증강을 부추길 위험천만한 일이다.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한 지역 중 하나인 동아시아에서 군비 경쟁이 가속화한다면, 동아시아의 민중은 끔찍한 전쟁 공포에 항시적으로 시달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이 삽시간에 대규모 재앙으로 비화할 위험도 높아질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근거도 없는 북한 위협을 빌미로 안보 정국을 조성하고 군사력 증강을 추진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북한 위협 빌미로 군사력 증강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