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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회복 뒤에 도사린 불안정

올해 1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동기대비 7.8퍼센트에 이르자 경제가 완전한 회복세에 진입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민간소비가 6.2퍼센트, 설비투자는 28.8퍼센트 성장하자, 정부의 경기 부양에 의존하던 지난해와 달리 이제 민간 내수 부문이 살아나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 유동성 회수, 정부 지출 축소 등 ‘출구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 올해 1분기 경제 성장은 2009년 감소분이 회복된 데 불과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1분기에 성장률이 마이너스 4.3퍼센트였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며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의 경제 성장은 2009년 1분기에 민간소비가 4.4퍼센트 감소하고, 설비투자도 23.5퍼센트 감소한 것을 회복한 정도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게다가 1분기 실업자 수는 1백13만 명(실업률 4.7퍼센트)에 달해 9년 만에 가장 많아 민간소비가 안정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장치, 자동차 부품 등 수출 호조를 보이는 산업 부문에 대한 투자가 주로 늘고 있다.

그리스 국가 부도 위기에서도 드러났듯이, 국가 채무 위기와 금융 위기가 세계경제에 타격을 입히면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의 불안정한 회복도 끝날 수밖에 없다.

한편, 한국 경제의 가장 취약한 부문인 조선·해운·건설 산업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조선업에 들어간 은행권 자금이 70조 원, 해운업에는 50조 원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고, 금융권이 건설 기업에 대출한 돈은 82조 원이나 된다.

주요 은행인 국민·우리·신한은행의 총 기업여신 중 30퍼센트 정도가 조선·해운·부동산 부문에 들어갔다고 한다.

특히 최근에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면서 건설업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대한주택보증과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을 동원해 미분양 주택 2만 가구를 매입하기로 하는 등 지원을 약속했다.

최근 기획재정부 장관 윤증현은 “저금리로 빚어진 과잉유동성 때문에 금융위기가 생겼는데 다시 저금리를 통한 사태 수습은 위기를 잉태하고 가는 것”이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4.6퍼센트에서 5.2퍼센트로 상향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저금리를 유지하며 출구 전략을 꺼리는 것은 그만큼 한국 경제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출구 전략을 요구해야 할까

최근 경제 성장률이 오르자 보수 언론들뿐 아니라 〈경향신문〉, 〈한겨레〉 등과 진보진영의 일부도 출구전략을 시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금리를 낮춰 금융기관에 돈을 퍼주고, 4대강 사업과 선박 펀드 등으로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세제 지원으로 자동차·주택 판매를 늘린 것은 세금으로 기업 이윤을 지원한 것이다.

반대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삭감됐고, 정부가 늘린 일자리도 청년인턴이나 공공근로처럼 단기 저질 일자리뿐이었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로 큰돈을 벌고 비정규직을 대거 늘리며 호황을 구가한 금융기관들과 조선·건설업체 들의 쪼그라든 이윤을 메우려고 이명박 정부가 개입하고 돈을 퍼붓는 상황을 보며 분노하는 것은 매우 정당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금리를 높이고 정부 개입을 줄이는 ‘출구전략’을 진보진영이 요구할 수는 없다.

경제를 시장의 작동에 다시 내맡겨야 한다는 ‘출구전략’은 부실 기업 도산으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7백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을 더욱 늘려 노동자·서민의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부실해진 금융기관과 기업에 세금을 지원해 부자들의 이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 전체를 공기업화해 서민 생활을 지원하라고 요구하고, 부도 기업은 공기업화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고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세금을 쓰라고 요구해야만 노동자·서민의 삶과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

공기업 부채 증가는 노동자 탓이 아니다

경제가 회복하는 듯 보이자, 이명박 정부와 보수 언론들은 국가 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정부 부채보다 공기업 부채가 급증하자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획재정부 발표를 보면 공기업 23곳의 2009년 부채는 2008년보다 36조 1천억 원(20.4퍼센트) 늘어난 2백13조 2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명박 정부 집권 2년간(2008~09년) 무려 74조 8천억 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토지주택공사 부채가 2009년에만 23조 5천억 원가량 늘어났는데, 이는 행정도시, 경제자유구역, 혁신도시 건설 등 정부의 경기 부양 사업을 토지주택공사가 떠안았기 때문이다.

수자원공사도 4대강 사업 때문에 1조 원가량 부채가 늘어났고, 철도공사는 적자 상태인 공항철도를 인수해야 했다.

이렇게 투기꾼·기업주 들을 지원하느라 생긴 빚을 고스란히 공기업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게 이명박 정부의 해법이다.

공기업 총 직원수는 2008년보다 2만 명가량 줄었다. “일자리 창출”을 떠들어댔지만, 공기업 신규채용도 23퍼센트 줄어든 8천5백24명에 그쳤다. 공기업 임금도 삭감됐고, 특히 신입사원 초임은 10퍼센트나 감소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한국전력과 가스공사 등의 적자를 이유로 올해 하반기부터 전기, 가스 등의 요금 인상도 추진하려 한다. 이렇게 되면 경제 위기로 임금이 삭감돼 고통을 겪은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질 것이다.

세계 각국 정부는 기업을 지원하느라 급증한 공공부채의 책임을 공무원 임금 삭감, 교육·복지 예산 삭감, 간접세 인상 등으로 노동자·서민에게 전가하고 있다.

최근 이명박 정부가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철도노조 등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는 것도 경제 위기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서다.

공기업 노동자들과 공무원·교사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이명박 정부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는 투쟁을 벌여야만 우리의 삶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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