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점거 농성 폭력 진압 규탄 집회'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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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2일 중계동 2001 아울렛 앞에서 '이랜드 노조 점거 농성 폭력 진압 규탄 집회'가 열렸다. 이랜드 노조원들, 민주화학섬유노조연맹, 학생 등 2백50여 명이 참여한 이날 집회는 분노로 가득 찼다.
12월 8일 회사측은 노조원들의 전산실 점거를 무자비하게 파괴했다. 농성자 50명 가운데 30명이 여성인데도 용역 깡패 40명을 동원해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다. 용역 깡패들은 연막탄을 뿌리고 노동자들을 두들겨 패면서 끌어내 경찰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동국대 학생 이동철 씨가 겁에 질려 6층에서 뛰어내렸고, 한 노조 간부는 머리 속살이 훤히 보일 정도로 심한 부상을 입었다.
이랜드 노동조합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1백80일이 넘게 파업을 하고 있다.
'기독교 기업', '신앙 기업'을 내세워 온 이랜드 회장 박성수는 IMF 이후 종업원의 50퍼센트가 넘는 2천여 명을 해고했다. 남은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돌렸고 새롭게 고용한 사람들도 비정규직으로 고용했다. 이랜드의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전체 노동자의 50퍼센트가 넘는다.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은 끔찍하게 열악하다. 이 날 집회에서 발언한 이랜드 노조 대의원의 발언은 끓어오르는 분노 그 자체였다.
"물류창고에서 일한 나는 냉난방 시설도 없이 여름이면 땀으로 목욕을 하고 겨울이면 추위에 떨며 일해 왔다. 한 달 임금은 고작 50만 6천 원이었다. 무거운 박스를 하루에 수백 박스씩 나르다 보니 관절염에 걸리거나 탈골되기 일쑤였다. 그런데도 회사측은 우리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를 들며 의료보험증조차 지급하지 않았다.
"이랜드 사용주는 작년에 8백억 원 흑자를 보면서도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몰고 저임금으로 고혈을 짜냈다. 지금 노동자들이 1백80일 넘게 파업을 하며 온갖 탄압을 받고 있는 지금 박성수는 무얼 하고 있는 줄 아나? 미국에 건너가 호화 고가 미술품 전시회를 하고 있다."
박성수는 무노조주의를 앞세워 최소한의 기본적 권리를 요구하는 노동조합 활동가들을 감금해 성희롱하고 폭행하기를 일삼아 왔다.
그런데도 이랜드 회사측은 '협상 중에 전산실을 점거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도리어 노동자들을 비난했다.
그러나 정작 협상을 거부해 온 측은 바로 회사다. 회사측은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가자마자 경찰을 동원해 무지막지하게 탄압해 왔다. 배재석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6명이 구속됐고, 18명이 수배되었으며 50명이 넘는 파업 노동자가 해고당했다.
노동자들이 전산실을 점거하기 직전에도 회사측은 노동자들의 핵심적 요구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3년 후 선별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며 노동자를 우롱했다. 또, 징계 철회 요구에 대해서는 "무노동 무임금을 받아들이면 생각해 보겠다"고도 했고, 노조 전임자 6명을 3명으로 줄이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그 동안 아무런 협상 의지도 보이지 않고 탄압을 일삼아 온 회사측에 맞서 이랜드 노조원들이 아울렛 전산실을 점거한 것은 완전히 올바르고 정당했다.
이 날 집회 사회자는 "사측이 '회개'하기를 기다리는 것은 꿈이다. 우리의 강력한 연대와 복수의 마음만이 회사측을 굴복시킬 수 있다"며 더욱 커다란 연대를 호소했다.
실제 회사측 관리자들과 용역 깡패들은 시위에 참석한 한 학생이 화장실에 가려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시위대는 이 건물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다. 우리가 이러는 것은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가정교육이 어떻길래 이런 시위에 참석한 거냐?"며 출구를 막았다.
12월 8일 이랜드 노조 파업을 폭력 진압한 김대중의 경찰은 파업 기간 내내 이랜드 회사측의 경호견 노릇만을 해 왔다. 경찰은 이미 10월 30일에 부당노동행위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박성수 회장이 미국으로 도망가도록 놔두었다. 반면에 세 번에 걸친 노동자들의 아울렛 점거 농성에 대해서는 무참히 짓밟았고 그 과정에서 배재석 노조 위원장을 구속했다. 이 날 집회 때도 경찰은 아울렛 건물을 겹겹으로 에워싸 사측을 보호했다.
집회 마지막에 민주노동당 학생그룹은 이틀 동안 학교 식당과 학생회실을 돌며 이랜드 노조 투쟁에 연대를 호소하며 모금한 파업 지지금 85만 5천7백40원을 전달해 큰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