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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를 팝니다》:
시장은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없다

지배계급은 시장원리가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우리가 믿게끔 만들어 왔다.

기후변화는 그러한 이데올로기의 모순을 가장 불쾌하고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시장원리는 기업들이 서로 경쟁에 매달리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가르쳐 왔는데, 바로 그 경쟁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은 통제가 되지 않았고 현재의 기후변화 위기를 불러왔다.

《공기를 팝니다》, 케빈 스미스 지음, 이매진, 2백8쪽, 1만 원

바로 이 때문에 정부와 기업 들은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멍청해 보이는 행동을 한동안 해왔다. 눈앞에 빤히 보이는 기후변화가 신기루라고 거짓말해 온 것이다. 기후변화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더는 숨길 수 없게 되자, 정부와 기업 들은 전략을 바꾸었다.

그들은 해결책 역시 시장원리를 통해 가능하다면서 ‘탄소 시장’을 내세운다. 시장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기업에게 이익을 주고, 배출을 늘린 기업은 경쟁에서 불리하도록 조처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한국처럼 기업들이 탄소 시장에 반대하는 후진적 태도를 보일수록 탄소 시장은 진보적 대안으로 여겨진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환경단체들은 탄소 시장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런 점에서 탄소 시장에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해 온 카본트레이드워치(번역하면 “탄소 거래 감시”)의 활동가가 쓴 책이 국내에 번역돼 나온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 책은, 당장 탄소 배출을 많이 해도 그만큼 배출권을 사면 괜찮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사례들로 가득하다. 영국항공(항공), 포드(자동차), BP(석유) 등이 어떻게 탄소 시장을 이용해 대표적 반환경 상품인 단기 항공, SUV, 휘발유를 친환경상품으로 탈바꿈시켰는지를 폭로한다.

헐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나 세계적 록그룹 콜드플레이를 통해 대중들에게 나무를 심는 ‘친환경기업’으로 알려진 퓨처포리스트 비판은 이 책이 특별히 공들인 부분이다. 퓨처포리스트는 사람들에게 받은 돈으로 실제로 나무는 심지 않고, 이미 조성된 숲에서 “탄소 저장 권리”만을 사들여서 탄소 시장에서 거래한다.

배출량 감축 의무가 있는 선진국들도 자신들의 배출량을 유지하기 위해 탄소 시장을 적극 활용한다. 이 책에서 사례로 제시하는 인도, 우간다, 남아공에서 진행된 선진국들의 망고 플랜테이션, 나무심기 사업, 고효율 전구 교체 사업 등은 모두 탄소 시장에 내다 팔 배출권을 얻으려고 시행된 것으로 엉망으로 끝났다. 예컨데 우간다에서는 하루아침에 숲을 빼앗긴 원주민들이 집단적으로 저항하자 우간다 정부가 그 지도자를 사형에 처했다.

저자는 탄소 시장의 실체가 구조적 변화 대신 기업 홈페이지에 들어가 클릭한 뒤 결제만 하면 된다고 믿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저자는 “더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집단 행동과 정치 조직화”라고 단언한다.

많은 노동자들이 기후변화 문제는 자연과학이 섞여 있어서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고 책을 집어 들기를 꺼린다. 그런데 이 책은 매우 쉬운 문체를 쓰면서도 반나절이면 다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두께다.

“처음에는 시장주의적인 접근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안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 산업계를 동참시키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번역하면서, 시장주의에 근거를 둔 대안을 찾게 되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쓴 ‘옮긴이의 글’은 이를 잘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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