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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의 몰락과 도요타 위기로 본 자본주의

자동차 산업은 자본주의의 꽃이라 말한다. 모든 기계 장치 산업 기술을 집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에는 자동차 공장에 설비만 약간 보완하면 군수물품을 만들 수도 있다.

자동차 산업이 강력했던 미국 유럽 등이 지난 1백여 년 동안 자본주의 사회를 주도할 수 있었던 한 요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 1백여 년간 세계 자동차 산업을 지배해 온 미국의 빅3가 일본 도요타의 맹추격을 받다가 2008년 파산 위기에 빠진 것을 국가가 개입해 간신히 회생시켰다.

이 과정에서 수십만 노동자들이 해고를 당하고 더 많은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 고통을 당했고 지금도 그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이때 언론들은 대부분 미국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의 임금과 복지 수준이 너무 높고 대립적 노사관계 때문에 빅3가 몰락했다며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렸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자들을 더욱 쥐어짜고 노조 권리를 제한해 ‘협조적’ 노사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으로 도요타의 품질경영과 이를 뒷받침하는 ‘협조적’(사실상 노무관리부서로 전락한) 노사문화를 칭송하며 모든 기업들이 도요타를 따라 배워야 한다는 선동도 잊지 않았다. 기아차 사측도 10여 년 전부터 도요타를 칭송하며 노동조합의 투쟁을 비난하는 선전에 지겹도록 열을 올렸다.

도요타의 경영 철학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마른수건도 쥐어짠다’는 것이다. 최고의 효율성과 최악의 고용형태가 접목된 시스템이다. 편성효율(단위 시간당 일하는 양)이 95퍼센트 이상이다. 1분을 1백으로 나눠 손가락 마디 하나 구부리는 데 드는 시간까지 계산해서 노동자들이 1분 1초도 여유 없이 작업에만 몰입하게 만든 것이 도요타의 효율성이다. 정규직 비율 역시 60∼70퍼센트를 넘지 못하게 만들었다. 노동자들 30퍼센트가 계절공과 파트타임 형태로 고용된 비정규직이다.

2000년대 들어서 도요타는 현대차 등 신흥국 자동차 기업들의 맹추격을 받자 하청업체들에게 원가절감을 강요해 왔다. 이로 인해 중소 하청 업체 노동자들은 더욱 열악한 환경에 있다. 또한 원가 절감을 위해 싼 재료를 사용해 차량의 안전성까지 위협하게 됐다. 부품 공용화(여러 차종에 같은 부품을 사용하는 방법)로 인해 부품 하나에 결함이 생기면 모든 차량에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이렇게 벌어들인 엄청난 이윤에도 도요타는 매년 노동자들의 기본급은 동결하고 주주들에게는 고액을 배당하는 자린고비였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효율성과 최고의 노동착취로 최대 이윤을 뽑아내던 일등기업 도요타가 창사 후 최대 위기를 겪으며 추락하고 있다. 도요타를 칭송하던 기업가와 학자, 국가관료, 언론(일부 진보적 언론들도 한국의 대립적 노사관계를 비판하며 노사 상생의 모델로 도요타를 따라 배워야 한다고 역설했다)들은 이제 노동자들에게 누구를 따라 배워야 한다고 선동할지 궁금하다.

세계 자동차 생산 설비 규모는 연간 1억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연간 소비되는 차량은 고작 6천4백90만 대(2010년 예상) 수준이다. 자동차 3천만∼4천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들이 과잉투자로 인해 허비되는 셈이다. 현대 기아차가 연간 생산하는 규모는 해외생산을 포함해 5백만 대 수준이다. 총매출이 1백조가량 된다. 3천만∼4천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들을 가동시킨다면 6백조 넘는 돈을 허공에 날리고 있는 것이다. 부품 하청업체의 생산 설비까지 계산하면 실로 상상하기 힘든 부가 과잉설비로 허비되는 셈이다. 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다른 곳 — 지구온난화, 실업, 기아대책 등 — 에 사용하면 좀더 나은 세계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대 기아차는 계속해서 해외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는 한쪽은 경제위기로 공장을 폐쇄하고 다른 기업은 새로운 설비를 증설하는 정신 나간 짓을 자본가들에게 강요한다. 그로 인해 수많은 노동자들과 평범한 사람들이 끔찍한 고통을 겪는 것이다. 미국의 빅3가 몰락하고 세계 ‘일등기업’ 도요타의 최대 위기가 보여 주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가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류언론들은 그저 부품관리 문제로 도요타 사태를 축소하지만, 진실은 이 체제가 이윤을 위해 끊임없는 경쟁을 강요하는 데 있다.

빅3의 몰락과 도요타의 위기가 보여 주는 ‘불편한’ 진실은 기업의 도덕적 타락과 사고 은폐가 아니다. 자본주의 체제가 존재하는 한 이윤을 위한 경쟁은 계속되고 더욱 커다란 위기에 직면할 것 이란 사실이다. 이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끔찍한 수준으로 파괴될 것이다. 이런 체제는 더는 존속될 수도 없고 존속돼서도 안 된다. 또 다른 대안인 ‘계획과 협력’을 우선시하는 새로운 사회가 너무도 절실하다. 이를 위해 강력한 경제투쟁과 체제에 도전하는 정치적 운동의 결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