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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위도 핵폐기장 선정:
"핵폐기장은 죽음이다"

7월 22일, 비가 내리는 부안 읍내는 온통 노란색 천지였다. 노란 깃발이 집과 상가, 그리고 지나다니는 택시 안테나에서 날리고 있고, 길 모퉁이에는 어김없이 노란색 플래카드와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핵폐기장은 곧 죽음이다”, “매향노 김종규 군수는 퇴진하라”

거리에는 흰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수천 명의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가슴에는 “핵은 죽음이다”라는 빨간색 글씨가 큼지막하게 써 있고 반핵 마크가 그려져 있었다.

일대의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핵반대! 오늘은 쉽니다”라는 안내 표지가 걸려 있다. 병원 입구에는 “핵폐기장 건설 반대 시위 참가로 오늘은 쉽니다”라고 써 있다.

부안 읍내로 진입하는 모든 도로에는 전경이 배치돼 있고 차량들을 가로막고 검문하고 있었다.

방송 차량에서는 이 날 새벽에 농민회 지도부가 모두 강제 연행됐다는 속보가 흘러나왔다.

2시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대부분 부안군 농민들이었다. 그리고 환경 운동가, 민주노동당원, 사회당원, 전북대 학생 들이 참가했다.

집회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사람들은 기다리질 못했다. 여기저기서 “뭐하는가, 얼른 군청으로 안 가고”라며 소리를 질렀다. 청년들이 모여서 “월드컵 때도 이만은 못 했을 것이네”라며 쑥덕대는 소리도 들렸다. “고창에서도 핵폐기장 지을라다가 주민들이 반대해서 결국 못 했네”, “아직 한번도 진 적 없는 싸움이야”라는 얘기도 들렸다.

비에 젖은 아스팔트에 앉아 연설을 듣던 사람들은 행진이 시작되자 미리 준비해 온 노란 깃발과 배너,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나섰다. 행진 도중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더 모여들어 대열이 불어났다.

경찰의 1차 저지선을 뚫고 군청으로 향하던 시위대 중간에서는 “군청을 접수하자”는 소리도 들렸다. 경찰이 행진 저지 바리케이드로 끌고 나온 트럭과 쓰레기 차는 유리가 깨지고 타이어가 펑크났다. 군청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는 도중에 트럭을 몰고 경찰을 향해 돌진하는 사람도 있었다. 교육청 앞 사거리에서는 폐타이어를 쌓아 놓고 불을 질렀고 외곽도로에서는 도로 점거 시위를 벌였다. 경찰 헬기가 저공 비행하며 시위대를 위협하고 수십 명이 다쳤지만 기세는 좀체 수그러들 줄 몰랐다.

모순

이 날 집회에서 민주당 국회의원 정균환이 연설했다. 그가 지진 가능성이 있으므로 핵폐기장 건설을 반대한다고 말하자 사람들이 환호했다. 그러나 그가 “저는 먼저 가지만 오늘 경찰과 충돌하지는 마십시오. 경찰과 손잡고 같이 행진하십시오”라고 연설을 끝맺자 사람들의 반응이 싸늘해졌다.

정적을 깨고 집회 대열의 후미에서 누군가 트럭에 장착한 스피커폰을 이용해 “정균환 의원님, 같이 군청으로 가셔야 합니다”, “의원님, 같이 갑시다” 하고 소리쳤다. 박수가 터져 나왔고 함께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핵폐기장 건설에 반대해 부안군수 사퇴 권고안을 제출한 군의회 의원 5명이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 옆에는 방범대장, 농협 조합장이 앉아 있었고 한편에는 간밤에 연행된 농민회 지도부 대신 참가한 농민회 대표와 전교조 부안지부 위원장, 사회보험노조 부안지부 위원장과 전북대 민교협 회장도 있었다. 문정현·문규현 신부도 있었다.

다함께 회원들이 준비해 온 팻말에는 “핵폐기장 건설 반대한다”, “새만금 사업 중단하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 그런데 집회가 시작될 무렵 몇몇 사람들이 와서 거세게 항의했다. 이 집회에는 새만금 간척사업 추진위원회 사람들이 참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새만금이 친환경적으로 개발되면 부안도 뜨는 건데 핵폐기장으로 우리만…”, “새만금은 이제 다 만들었으니까 다시 돌려 놓긴 어려워. 차라리 관광단지로 개발하는 게 낫다”라는 말이 많았다.

부안군 주민들은 핵폐기장 건설에는 반대하지만 새만금 간척사업에는 찬성한다. 위도 주민들의 유치신청에는 분노하면서도 이해하기도 한다. 하루 만에 말을 바꾸고 핵폐기장 유치 신청을 한 군수에 대한 불만은 높지만 군의원들과 정균환에 대한 기대도 높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시위에는 7만 명의 주민 중 1만 명이 참여했다. 게다가 자신감이 높고 전투적이다. 이 투쟁은 새만금 개발에 이은 노무현 정부의 반환경적 정책에 대한 중요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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