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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균 칼럼:
이제부터 할 일은 다음 선거까지 기다리는 것일까?

이명박 정부는 국민에게 거부당했다. 거의 모든 전문가들의 예측과는 달리 국민들은 투표장에서 또 한번 놀라운 일을 만들어냈다. 지난 2008년 2월 총선보다도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광장으로 모일 길이 막힌 촛불들이 투표장으로 모였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촛불에게 반성을 하라는 얘기까지 할 정도로 자신만만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이 정부를 거부했다.

이명박 정부는 압승을 예상하고 지방선거 직후부터 ‘명박본색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선거 일주일 전에 국무회의에서 여의도 국제무역항 설치를 통과시켰고 선거 이틀 전에는 지방선거 후 영리병원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이번 선거 결과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명박본색 정책’의 속도나 추진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자신의 정책들을 중단할까? 로이터통신은 선거결과가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 ‘개혁’ 정책 추진에 제동을 걸지는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선거 직전 이 대통령은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더욱 국정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 정권이 진정으로 신경쓰는 것은 민심이 아니라 재정적자다. 한국은 2008년과 작년, 금융회사와 건설사 등에 쏟아부은 천문학적 액수의 돈으로 OECD 국가 중 국가채무 증가가 가장 빠른 나라(2008년 18.4%, 2009년 11.4%)다.

공공지출 삭감

한국도 이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재정삭감 즉 공공지출 삭감에 나설 수밖에 없다. 5월 9일 정부는 대통령 주재로 “2010년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를 열어 2014년까지 균형재정을 맞추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재정부는 2013년까지도 가능하다고 했다. 공공지출 삭감의 시기가 시작된 것이다.

공공지출의 삭감은 그리스와 유럽에서 보듯이 곧 복지재정 삭감, 임금 삭감, 연금 삭감 등을 뜻한다. 당장 재정전략회의의 결론은 이렇다. “사회복지제도 등을 개혁하지 못한 남부유럽국가들이 왜 재정위기에 빠졌는가를 반면교사로 삼”아 “나눠주기식 복지가 아니라 일자리제공을 통한 생산적 복지 시스템 구축”을 하겠다는 것이다.

세금도 늘린다고 한다. 그러나 법인세나 부동산 관련 세금이 아니다. 당장 하반기에 공공요금 인상이 줄을 이어 기다리고 있다. 서민들에게 돈을 더 걷겠다는 것이다. 세입을 늘리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따로 있다. 공기업 민영화다. 재정전략회의에서는 이미 민영화가 진행 중인 9개 말고도 15개 공기업을 더 내다팔겠다고 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대한주택보증,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이 그것이다. 이 기업들은 적자를 보는 기업들이 아니라 그야말로 알짜배기 기업들이다. 물론 이들 기업들은 국가기간산업이다.

예를 들어 산업은행은 국가금융정책에 필수적인 국영기업이다. 민영화에 따른 요금인상이나 대규모 해고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지마라. 부자들과 금융회사와 건설회사를 위해 살리기 위해 국고를 퍼주던 자가 이제 다시 국고열쇠를 열어 공기업들을 내다팔겠다면서 이것이 ‘경제개혁’이라고 말하는 것이 지방선거 후에도 여전히 우리의 현실이다. 또 공기업의 임금 삭감과 구조조정도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민영화 조처는 이것만이 아니다. 촛불 앞에서 한 “대운하, 가스, 전기, 물, 건강보험 민영화는 없다”는 대통령의 약속이 아직도 지켜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는가? 정부는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을 올해 중에 통과시킬 예정이다. 아직 민영화하지 않은 몇 안되는 가스분야인 발전용 가스사업 분야까지 민영화 하겠다는 것이다. 원가이하로 공급하는 가정용 가스의 적자를 발전·산업용가스에서 메꾸는 이른바 교차보조가 폐지된다. 가정용가스비의 인상은 당연하다. 현재 우리나라 가정용 가스비는 OECD 평균의 1/3수준이다. 얼마나 오를지는 상상해보시도록.

의료민영화도 본격 추진된다. 제주도 국내영리병원 허용, 병원채권조달법에 촛불때 막았던 의료민영화 조항을 다 넣은 의료법개정, 여기에 “건강에 대한 상담, 정보 제공, 교육, 점검 및 관찰”을 건강보험에서 제외해서 가격을 자유화하고 개인질병정보를 민영보험회사에 넘겨주겠다는 건강관리서비스법도 소리소문 없이 5월 17일 국회에 상정되었다. 아예 영리병원을 전국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라는데 뭘 기대할 것인가.

국민연금 개정안도 있다. 이제까지 가입자가 참여하여 연금 운용을 감시하던 것을 가입자를 배제하고 연금운용권을 경제부처가 관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수백조 원이 넘는 국민연금을 가입자들의 감시도 없이 주식시장에 내맡긴다? 현재처럼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시기에는 국민연금이 하루 아침에 날라갈 수도 있다.

위대한 거부

그러면서도 정부는 성장동력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 성장동력 산업은 바로 녹색산업, 서비스산업 등이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산업? 바로 4대강 사업이다. 서비스산업? 바로 교육과 의료의 민영화, 금융규제 완화를 뜻한다. 건설회사들은 먹여살려야 하고 대학들도 먹고 살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 그리고 삼성생명을 빠뜨리면 안된다.

국민들의 “위대한 거부”로 인해 시기 조절은 할 것이지만 이러한 정책이 추진되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지는 말자. 또 국민들이 보여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거부의 수혜자가 민주당이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은행과 건설회사 퍼주기에 대해 민주당이 지금까지 반대를 했던가? 공기업 민영화 방안이나 가스, 발전, 물, 의료 민영화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노무현 정부때부터의 계획이었다. 이번에 경인지역에서 야당후보로 유일하게 당선된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는 민주당 한미 FTA 특위 위원장이었다.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위대한 거부를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여주었다. 그러나 정치적 구심점으로 선택된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을 막을 힘도 의지도 없다. 이를 막을 힘은 또 다시 국민들이다. 이번 지방선거로 대중의 보수화에 대한 낙담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 또 한번 밝혀졌다. 국민들은 저항의 의지가 있고 이명박 정부를 거부한다. 그러나 이러한 저항의 의지를 조직하고 이끄는 것은 지금까지 보아왔듯이 민주당의 몫이 아니다. 국민들이 직접 앞으로 추진될 삭감과 민영화, 반민주적 정책에 맞서야 한다. 이제 다시 신발끈을 다시 한번 조여 매자. 이는 사회운동과 진보정당이 할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