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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어느 시간강사의 죽음을 보며

지난 5월 25일 광주 조선대 영문학 강사 서정민 씨(45세)가 자택에서 연탄불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유서에서 자신이 쓴 논문 54편이 때로는 특정 교수의 이름만으로, 때로는 자신과 그 교수의 공저로, 때로는 그 교수의 제자들 석박사 학위논문으로 나갔다고 밝혔다.

교수 한 자리를 얻으려면 6천만 원, 1억 원씩 가져오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는 그는, 10년째 조선대에서 시간강사로 일했다. 그가 시간당 3만 3천 원을 받으며 1주일에 10시간 강의를 해서 버는 돈으로는 고등학생 자녀를 키우기에 버거워 아내가 식당일을 해야 했다.

자살한 서정민 씨의 유서 "한국의 대학사회가 증오스럽습니다"

나 같은 대학 시간강사들은 방학 때마다 실업자가 된다. 아이를 둔 강사들은 방학 기간에 아이 학원비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 수입만으로는 가족을 부양하기는커녕 혼자 먹고살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 쥐꼬리만한 수입조차도 불안정하다. 학과 사무실 조교가 다음 학기 강의 요일과 시간을 문의하려는 전화를 해 오면, 그때서야 ‘아, 다행히 다음 학기에도 강의를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게 시간 강사의 현실이다. 전화가 안 오면? ‘아, 짤렸구나’ 하고 생각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공개한 2010년도 대학별 시간강사 강의료 지급단가를 보면, 4년제 일반대학 1백86곳의 평균 강의료는 3만 6천4백 원이다. 시급치고는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시간 강사들은 대체로 1주일에 두세 시간에서 많이 해야 10시간 정도 강의를 하니, 최저임금도 안 되는 수준이 허다하다.

1977년 박정희 정부는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를 박탈했다. 지식인들을 길들이려는 목적이었다. 사학재단들도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 인정을 반대하고 있다. 전임 교원 임금의 10분의 1 정도면 쓸 수 있는 시간강사들에게 투자하기에는 돈이 아깝다는 게 이유다.

현재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전임 교원만 계산했을 때는 35명, 시간 강사를 포함하면 18명이다 . 초중고교보다 나은 수준이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OECD 국가의 대학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15명이다.

정부와 대학은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를 인정하고 전임 교원을 늘려야 한다. 이는 학생들의 수업권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1백 명짜리 교양 수업에서 어떻게 수업의 질을 말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