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산토의 “관대한 선물”에 항의한 아이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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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에서 대규모 지진 참사가 일어난 지 다섯 달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거리에는 지진 당시 붕괴된 건물 잔해들이 그대로다. 아이티인들은 비를 피할 집도 없이 굶주리고 있다.
그런데 지난달 이 아이티에서 농민들이 옥수수와 채소 종자들을 불태웠다. 진흙 쿠키로 연명하는 아이티 농민들이 배가 불러서가 아니다.
다국적 기업 몬산토는 유전자 조작 종자와 비료 4백75톤을 “관대한 선물”이라며 아이티 농가에 무상 제공했다.
아이티 농민들은 몬산토의 “관대한 선물”이 치명적인 선물이라고 봤다.
죽음의 기업 몬산토가 저지른 만행은 세계적으로 악명 높다. 베트남 전쟁에서 살포돼 지금까지 기형아 출산을 야기하는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 환경을 파괴하고 암을 유발하는 글리포세이트를 함유한 ‘라운드업’ 제초제 등.
몬산토가 아이티 농가에 제공한 “관대한 선물”들의 유해성도 이미 2007년에 밝혀진 바 있다.
게다가 몬산토가 이번에 무상 제공한 옥수수 종자는 2세대부터 몬산토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으면 종자를 쓸 수 없는 ‘터미네이터 종자’다.
“재난 자본주의”
몬산토는 재난을 이용해 아이티 농업을 지배하려는 것이다.
아이티는 재난을 패권과 이윤 추구에 이용하려는 열강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그동안 독재 정권과 대형 재난으로 커다란 고통을 겪었던 아이티인들이 이제는 재난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재난 자본주의”와 다국적 기업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해외에서 지원한 재건 자금이 31억 달러고 지원을 약속받은 자금만 해도 1백억 달러에 이르지만, 평범한 아이티인들에게 돌아간 혜택은 극히 미미하다.
지금도 아이티인 1백50만 명이 임시 천막촌에서 살고 있다. 아이티 정부는 현 상황을 극복할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강대국들은 재건을 구실로 아이티를 점령하는 데만 관심 있다.
그래서 지난 5월에 아이티 대통령 르네 프레발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그리고 6월 4일에는 농민 수천 명이 몬산토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아이티인들이 진정 재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이런 대중적 저항과 국제적 연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