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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군사 전략, 전작권 그리고 한미동맹

6월 27일 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이양 시점을 2012년 4월에서 2015년 12월로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이 유엔군사령관 맥아더에게 작전지휘권을 넘겨준 후로,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은 한국군으로 이양됐지만 전작권은 60년 동안 줄곧 미군이 갖고 있었다.

화사한 웃음 뒤에 감춰진 위험한 거래 ⓒ사진 출처 청와대

2007년 노무현 정부가 2012년에 전작권을 돌려받기로 부시 정부와 합의했지만, 이번에 다시 연기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강대국에게 제 나라 군대 통제권을 넘겨준 데에 굴욕감을 느끼는 민중들의 의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런 합의를 했다.

이명박 정부와 우익들은 북한의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올해 천안함 “폭침” 등 지난해부터 북한 위협이 고조됐기 때문에 이양 시점을 연기하게 됐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지난해 북한의 로켓 발사와 핵실험 문제로 보자면, 미국의 핵 선제공격 위협과 각종 제재 등이 원인을 제공했다. 천안함 사건은 북한 어뢰 공격을 받았다는 정부 발표를 둘러싼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남한은 이미 1980년대 이래 북한 군사력을 앞섰고, 지금은 월등히 앞서고 있다. 그래서 바로 얼마 전까지도 미국의 국방장관은 한국의 방어 능력이 충분하다며 전작권 이양 연기에 반대했다.

즉, ‘북한 위협’이 본질이 아니다. 전작권 이양 문제는 미국의 군사전략 변화와 관련돼 있다. 냉전 해체 이후 미국은 ‘세계의 경찰’ 구실을 유지하기 위해, 전 세계 미군 기지에 흩어져 있는 군대를 언제 어디서든 분쟁 지역에 개입할 수 있는 신속기동군 체제로 재편하려 해 왔다.

그런데 만약 한국군의 전작권이 미국에게 여전히 남아 있다면 의도치 않은 남북 간 분쟁에 미군이 자동으로 휘말릴 위험이 있다. 그리 된다면 다른 중요한 전선으로 병력을 집중하려는 미군의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은 거듭 전작권 이양을 요구해 왔다.

신속 기동군

그러나 남한의 우익들은 전작권 이양이 한미동맹의 약화와 남한의 위상 축소를 낳을까 봐 우려해, 전작권 이양을 반대해 왔다. 물론 한미동맹을 신주 단지 모시듯이 다루는 우익들이 미국의 의사를 근본에서 거스르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세계전략이 바뀌지 않는 이상 전작권 이양을 근본에서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우익들은 전작권 문제를 남한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얻어내는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듯하다.

2007년 전작권 이양 합의 때도 우익들은 “핵 억지력이 필수”라며 전작권 문제를 남한의 핵무장 권리를 얻어내는 지렛대로 활용하려 했다.

지금도 우익들은 전작권 이양 시점까지 한국군의 방위력을 대폭 증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사일방어체제(MD)에 쓰이는 무기인 고고도 무인항공기(글로벌 호크), 공중조기경보기와 핵 선제공격 용 벙커버스터 폭탄 등을 도입해 대북 정밀 감시·타격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사일 사정거리 제한 해제나 핵 재처리 시설 확보 등을 요구할 수도 있다.

특히 이번 전작권 이양 연기 발표는 천안함 문제와 긴밀히 연관돼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전작권 이양 연기 발표를 통해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과시하고 친미우파들을 만족시키려 한 듯하다.

물론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이 과정에서 많은 실리를 챙겼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자신의 패권을 재천명하는 데에 천안함 사건을 이용하려 했다. 그래서 오바마는 천안함 사건이 터지자 전작권 문제를 포함해 이명박 정부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후텐마 기지 문제도 유리하게 해결된 상태이고, 평택 미군기지 이전 완료 시점 등을 고려했을 때 전작권 이양을 몇 년 연기하는 게 미국의 세계전략에 손상을 주지는 않는다고 판단한 듯하다.

또한 오바마가 전작권 이양 연기 대신에 이명박 정부한테서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과 한미FTA 재논의에서 큰 폭의 양보를 약속받았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전작권 이양은 지지해야 마땅하지만, 전작권 이양이 곧 한미동맹의 약화나 폐기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미국은 미군 재배치를 추진하면서 동맹국들에게 군사력을 증강해 자국 방위를 책임지고 미국의 패권 전략에 협조하도록 요구해 왔다.

전작권이 이양되더라도 한국군은 노무현 정부 때 그랬듯이 ‘자주국방’을 명분으로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며 해외 파병 등으로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에 여전히 협조할 수 있다.

따라서 전작권 이양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과 남한 정부의 협조에 반대하는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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