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노동자 투쟁:
신세대 노동계급 운동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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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중순부터 시작된 중국 남부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의 파업은 전 세계 언론에서 유달리 큰 관심을 끌었다. 처음에 나는 약간 당황했다. 중국 노동자 파업이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꽤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2008년 어용노조 고위 관료가 “파업은 부부 싸움처럼 당연히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을까.
또, 관영 신화사에서 발행하는 주간지 〈요망〉은 2009년 12월 14일치에서 실린 기사 ‘노동자와 자본가 모순 우려’에서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모순은 중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모순 중 하나가 됐다” 하고 말했다.
일부 언론이 호들갑을 떤 이유 중에는 근거 없이 황당한 것도 있었다. 중국 지방 정부가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고 기업들도 임금을 올리면서 공산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비싸지고 전 세계적 물가 상승이 발생할 거란 주장이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의 경제 칼럼니스트 팀 홀란드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최근의 최저임금 인상과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한 개별 제조업체들의 봉급 인상은 중국의 전체 경제 파이에서 노동자 임금이 차지하는 몫이 지속적으로 줄어든 상황을 약간 교정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최근 몇 년간 임금은 상승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생산성 상승 속도가 훨씬 더 빨랐다. 그 결과, 제조업체들의 단위당 노동비는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었다.
“모건 스탠리의 애널리스트의 분석을 보면, 대다수 제조업체들의 임금 비용은 생산 가치의 1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최근 중국 공장 임금 인상은 별로 난리를 칠 만한 일이 아니다.”
그럼, 새로운 중국 노동자 운동에 관한 언론의 얘기는 호들갑이었을 뿐인가? 그렇지는 않다.
협상력
첫째, 이번 파업은 경제적 파장이 큰 자동차 산업에서 벌어졌다. 일본 2위 자동차 기업의 중국 내 생산이 거의 완전 중단됐고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업체인 도요타의 중국 생산라인도 타격을 입었다.
이들 기업들이 자랑하는 이른바 ‘저스트 인 타임’(적시) 생산방식은 재고를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방대한 생산망의 한 지점에서만 문제가 생겨도 전체 생산과정이 중단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 점이 중국의 혼다와 도요타 부품 공장 노동자들에게 상당한 협상력을 부여했다. 특히 혼다 경영진은 혼비백산해서 서둘러 임금 협상을 타결하려 했다.
물론 파업 작업장 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었다. 상대적으로 저숙련 노동자가 많은 혼다 록에서 경영진은 파업 파괴자를 고용하겠다는 위협을 좀 더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부품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매일 2천5백 대의 자동차 생산이 늦춰지는 상황에서 혼다 록 경영진도 일정한 양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예전의 열악한 노동집약적 공장에서 벌어진 임금 체불이나 관리자의 폭력 사용, 무차별 해고에 반대하는 투쟁과 비교하면 훨씬 공세적이었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둘째, 이런 자신감은 다른 한편 중국 신세대 노동계급 — 특히 신세대 농민공 — 의 계급의식 고양 과정을 잘 보여 줬다. 아이러니이지만 지금 이 점의 중요성 — 또는 위험성 — 을 가장 잘 깨달은 조직은 어용노조다. 그들은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 점은 “신세대 농민공 문제 연구”라는 그들의 매우 유용한 보고서에 반영돼 있다.
이 보고서를 보면, 17세에서 26세의 이른바 “신세대 농민공”의 수는 전체 농민공 수 ― 최근 중국 정부의 발표로는 약 2억 1천만 명 ― 의 절반인 1억 명에 이른다. 흔히 중국에서 노동력이 부족하다고 할 때는 전체 노동자 집단이 아니라 이들의 일손이 부족한 것을 지칭한다.
보고서는 이들의 정체성이 이전 농민공 세대와 크게 다른 점을 강조한다. 그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더는 농민적 정체성을 갖지 않는다. 그들은 호구만 농촌으로 분류돼 있을 뿐이다. 그중 90퍼센트는 농업에 종사한 경험이 없고 대다수가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랐다.
사실, 부모 세대의 농민공들도 객관적으로는 농민이라기보다는 소득의 대부분을 임금노동으로 얻는다는 점에서 노동자였다. 다만 그들은 언젠가 농촌으로 돌아가 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도시 노동자로서의 생활과 의식 사이에 상당히 큰 괴리가 있었다. 이 때문에 종종 그들은 명백한 불의를 겪었을 때 수동적으로 감내했다.
그러나 보고서에 인용된 여론조사들을 보면, 신세대 농민공들은 도시를 자기 터전으로 여기며 중국의 고도성장을 경험하면서 기대 수준이 높고 성장의 열매를 자신도 향유하고 싶어 한다. 그들 중 60퍼센트가 도시에서 살고 싶다고 답했고 도시의 높은 주거비를 감당할 수 있게 임금이 높아지기를 바란다.
당연히 그들은 언젠가 농촌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저임금과 사장의 만행을 참을 가능성이 더 낮다. 이 때문에 불의한 일을 당했을 때 집단적 항의로 해결하겠다고 답한 이가 45.5퍼센트였다. 이것은 이전 세대 농민공(17퍼센트)보다 거의 세 곱절 가깝게 높은 것이다.
이것은 보고서가 결론에서 신세대 농민공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에 “중국 사회의 안정이 달려 있다”고 지적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님을 보여 준다.
셋째, 이런 새세대 노동자들의 계급적 각성과 밀접히 연관된 것으로 파업 노동자들은 독립 노조 건설을 시도했다. 혼다 록에서는 노골적으로 이것을 요구사항으로 내걸었고 포산의 혼다 부품 공장에서도 민주적으로 협상 대표를 선출하면서 사실상 어용노조를 배제했다.
물론, 독립 노조 건설 요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5년 반일 시위 당시 광둥성의 한 공장 노동자들은 파업 과정에서 독립 노조 건설을 시도했다. 지난해에도 지린성의 한 직물 공장 노동자들은 노동부에 독립 노조 설립을 요청했다 거절당했다.
혼다 사례의 다른 점은 노동자들의 힘과 조직력 때문에 그 시도가 거의 성공할 뻔한 점이다. 정부는 최소한 어용 노조 지부 대표를 자유롭게 선출할 권리를 허용하는 식으로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파이낸셜 타임스〉 등 일부 해외 언론은 중국 정부더러 선제적으로 독립 노조 건설을 허용해 그 과정을 최대한 “탈정치화”하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에 육박하는 불평등 수준을 볼 때 일단 노동계급의 독립적 움직임을 허용했을 때 중국 자본주의의 뿌리를 뒤흔드는 도전으로 순식간에 발전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래서 중국 지배자들에게 독립 노조 결성은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며 이 문제가 연관됐을 때에는 여전히 무자비한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에게 곤란한 점은 과거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일단 세력균형 자체가 1990년대 초 톈안먼 항쟁을 무력으로 패배시켰을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최근 몇 년 동안 기층 투쟁이 분출하는 것을 보면서 중국 정부는 일정한 양보 정책이 필요함을 느끼고 있었다. 2010년 중국 정부의 사회 지출은 8.5퍼센트로 드디어 한국을 초과했다(OECD 평균은 20퍼센트대).
정치적 양보도 필요하다. 더구나, 일당 독재 체제인 중국 정부의 가장 큰 부담은 대중의 급진화를 통제할 적절한 중간 고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늘 국지적 저항이 순식간에 대형 항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그들은 향촌 지역 선거, 어용 노조의 권한 확대와 노조 지부 확대 등 변화를 시도해 왔다. 그러나 2000년대 내내 집단 항의와 노동자 투쟁 건수가 지속적으로 늘어 2005년 10만 건을 돌파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위험이 줄기는커녕 늘어 왔다.
자본 축적과 이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중국 자본주의 모델을 극단적으로 억압적인 저임금 경제에서 좀더 첨단 기술에 바탕을 둔 고도화된 경제로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처지다. 미국처럼 광대한 내수와 첨단 기술에 바탕을 둔 대륙 경제로 전환시키려 한다.
사실, 이것은 1970년대 말 ‘4개 현대화’를 내세운 이후 중국 정부의 궁극적 목표였고 이런 전환 없이 중국은 세계적 자본주의 열강의 지위로 등극할 수 없다. 또, 경제 위기 후 중국 자본주의 미래가 단지 불안정한 서방 시장에만 의지해서는 어렵다는 점이 명백해지면서 그 필요는 더 커졌다.
중앙 정부가 2000년대 중반부터 위안화 변동성을 확대하고 수출세 환급률을 낮추고 노동법을 개정하는 등 노동집약적 수출 산업의 비용을 상승시키는 변화들을 점진적으로 추진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2008년 경제 위기의 여파를 막기 위해 돈을 마구 풀면서 잠시 주춤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런 거시적 사고는 눈앞의 자본 축적과 이윤에 매달리는 지방 관료와 사장들, 특히 저임금 직종 사장들의 단기적 사고와 조화를 이룰 수 없었다. 중앙 정부가 ‘총자본’의 관점에서 무슨 생각을 하든, 내 지방에서 기업이 도산하고 내 기업이 도산하면 ‘말짱 도루묵’일 테니 말이다.
중앙 정부는 종종 노동자를 포함해 기층의 움직임을 지방에 중앙 정책을 관철하는 계기로 활용해 왔다. 6월 초 원자바오가 농민공의 처지를 개선해야 한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런 전략에는 언제나 큰 정치적 부담이 뒤따른다. 기층 노동자와 민중이 중앙 정부의 권위를 빌어 더 많은 투쟁을 벌이도록 자극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토크빌은 《구체제와 혁명》에서 불량한 정권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은 개혁을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물론, 중국 정부는 프랑스 봉건 왕조보다 훨씬 강력하다. 오히려, 세계적 경제 위기의 여파도 다른 나라 지배자보다 성공적으로 처리해 왔다.
그러나 앞서 말한 모순에 덧붙여 TV 드라마의 풍자 대상이 될 정도로 심각한 중국 내 부동산 거품, 중국 공산당 지도부 교체, 세계적 더블딥 위험 등등을 고려하면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 바람은, 중국 노동계급이 이 기회를 잘 활용해 좀더 공정한 분배와 노동조건을 따낼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중국식 자본주의 모델에 도전하는 급진적 운동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전 세계 노동계급의 바람이 돼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지루하고 고통스런 경제 위기 속에서 ‘밑바닥을 향한 경주’를 계속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