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전쟁:
패배로 가는 길 위에 서 있는 점령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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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군이 헬만드 주의 상긴에서 철군하겠다는 굴욕적인 선언을 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나토 군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지고 있다. 주디스 오어가 그 이유를 살펴봤다. 주디스 오어는 영국 전쟁저지연합의 중앙간사다.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영국군이 위기에 빠졌다. 군 지휘관들은 헬만드 주 상긴에서 병력을 철수할 계획이다.
상긴은 영국군이 가장 많은 병력을 잃은 지역이다. 7월 12일 현재 영국군 전사자 수는 총 3백14명인데, 그 중 3분의 1이 상긴에서 사망했다. 정치인들과 장성들은 상긴에서 철수하는 것을 “개편”이라 부르지만, 이 지역 작전권을 미군에 이양한 것은 실제로는 패배를 시인한 것이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주둔 영국군 수는 9천5백 명이고, 연말이면 1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의 증파가 완료되면 헬만드 주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은 3만 명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화력을 퍼부었지만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여전히 피 튀기는 난장판이며 평범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가장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과거 어느 해보다 많은 민간인들이 사망했다. 지난주만 해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인 퍼트레이어스 장군이 미군의 오인 사격으로 아프가니스탄 군인 다섯 명이 사망한 데 대해 사과해야 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래 끈 전쟁이 돼 버린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1천 명이 넘는 미군이 사망했고 수십억 달러가 낭비됐다.
미국은 탈레반을 주요 근거지에서 몰아내는 즉시 전쟁을 아프가니스탄 군대에 맡기겠다고 한다. 그들은 이를 전쟁의 “아프가니스탄화”라고 부르며, 이를 위해 아프가니스탄 군대를 25만 명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달에 〈타임〉 지는 이렇게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 군 지원자 열 명 가운데 아홉은 소총 매뉴얼을 읽을 줄 모르며 차를 운전할 줄도 모른다 … 지휘관들은 일상적으로 부하 병사들의 월급을 빼돌린다.
“병사들은 미군한테서 지급 받은 전투화, 담요, 총기류를 동네 시장에 내다 판다. 때로는 탈레반에게도 판다 … 아프가니스탄 군대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지원자들은 첫 휴가 때 탈영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그나마 남아 있는 사람들의 4분의 1은 대마초나 헤로인에 절어 산다.”
이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본성 때문이 아니다. 사람들의 삶과 생계수단이 파괴됐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군대의 연간 유지 비용은 60억 달러다. 그런데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연간 세수는 10억 달러밖에 안 된다.
따라서 아프가니스탄 군대는 미국의 막대한 지원 없이는 유지될 수가 없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이런 식으로 미국의 이익을 지키는 데 동원하는 것은 사기일 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의 자원을 잔인하게 허비하는 짓이다.
미국과 영국의 지배계급은 전쟁 수행 방법을 둘러싸고 커다란 내분을 겪고 있다. 영국 국방장관 리엄 폭스는 “내가 보기에 이번 결정을 후퇴로 묘사하려는 일체의 시도는 경멸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점령군이 이미 여러 차례 타격을 입은 뒤에 상긴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오바마가 스탠리 맥크리스털 장군을 해임한 것도 탈레반에 대한 공세가 실패한 뒤로 지배계급이 깊이 분열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징후다.
부정적
지금까지 병력 증파는 매번 실패로 끝났고, 나토군과 아프가니스탄 군인 1만 5천 명이 투입된 마르자 공세 이후 탈레반은 단 몇 주 만에 마르자를 탈환했다. 마르자 공세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61퍼센트가 나토 군에 대해 더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칸다하르 공세 계획은 최소한 이번 가을까지 연기됐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점령군이 자신들을 지켜 주려고 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점령군은 부패로 얼룩지고 대중에게 인기 없는 카르자이 정부를 지켜 주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카르자이는 탈레반과 협상할 용의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뉴욕 타임스〉의 최근 보도를 보면 카르자이는 “미국과 나토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을 잃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은 카르자이보다 더 믿을 만한 동맹을 원하겠지만 현재로선 그를 대신할 사람이 없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승패에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이익이 걸려 있다. 오바마의 전략은 그러한 이익을 추구하는 데 다른 나라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새로운 세기의 책임을 미국이 혼자서 짊어질 수는 없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점점 외로운 신세가 되고 있다.
오바마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아프가니스탄에 미군 3만 명을 증파하기로 한 것이다. 다자주의에 관한 얘기는 쏙 들어갔다.
참전국 국민들의 반전 여론도 사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보낸 영국에서는 국민의 72퍼센트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전쟁은 앞으로 더욱 유혈낭자해질 수도 있다. 민간인 사망자가 속출함에 따라 나토 군을 비난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맥크리스털 사령관은 “용감한 절제”라는 이름의 (사상자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지침을 도입해야만 했다.
그러나 승리에 대한 절박함 때문에 퍼트레이어스는 이러한 가식마저 벗어 던질지도 모른다.
지난주에 오바마는 해병대 출신인 제임스 매티스 장군을 퍼트레이어스의 후임으로 중부사령관 자리에 임명했다. 중부사령관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그리고 중동 전역의 미군을 통솔하는 직책이다.
“카오스”, “전사 수도승”, “미친개 매티스” 같은 별명을 지닌 매티스는 중동과 중앙아시아에서 흉악한 전투 작전들을 수행해 온 오랜 전력이 있다. 2004년 4월에 그는 이라크의 팔루자 시에 대한 미군의 첫 공격을 지휘했고 팔루자를 폐허로 만든 포위 작전을 수립하는 데도 동참했다.
2005년 2월에 샌 디에고에서 열린 어느 공개 강연에서 매티스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총으로 쏘는 것은 끝내주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사실 싸움이라는 것이 참 재미있다. 사람을 쏘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매티스는 이 발언 때문에 견책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학살을 총지휘하는 지위에 올랐다.
앞으로 점령군이 더욱 절박해지고 물불 안 가리게 되면 수많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또 희생당할 것이다. 지금도 점령군은 사회기반시설들을 닥치는 대로 파괴하면서 아프가니스탄 민중의 생존 기반을 허물고 있다.
이 학살을 종식시킬 방법은 오직 하나, 나토 군을 전원 철수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