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 논쟁:
‘노동자 보험료 인상’ 대 ‘기업주·부자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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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보험료를 인상해 보장성을 강화하자는 ‘모든 병원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 출범을 앞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하반기에 예정된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을 앞두고 운동 진영이 분열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6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 통합 10주년 심포지엄에서 신영전 ‘건강권 보장과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희망연대’(이하 건강연대) 정책위원장은 ‘1백만 원의 개혁’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새로운 보장성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신영전 정책위원장 등은 이 안을 중심으로 건강연대와 ‘의료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 시민회의 등 보장성 강화 운동을 통합하자고 제안했다.
건강연대가 배포한 제안서를 보면 제안자들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민회의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노동자 보험료 인상보다는 기업주들의 책임을 요구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보장세
우선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기 위해 ‘사회보장세’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상위 1천 개 기업에 연매출의 0.5퍼센트 가량을 사회연대갹출금으로 부과하고 제약회사 광고료의 10퍼센트, 민간보험회사 수입의 1퍼센트를 세금으로 거두자는 것이다. 위스키, 코냑 등 고급 술과 담배 등에 부과하는 ‘건강위해세’도 포함됐지만 이를 제외하면 대단히 급진적인 제안이다.
또 건강보험료를 조정해 노인·저소득층 보험료를 경감하고 보험료 상한선을 폐지해 역진적인 보험료 부과 체계를 개선하자고 제안한다. 금융소득 등 모든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고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전제로, 필요하다면 보험료를 일부 인상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렇게 마련한 재원으로 연간 본인부담금 상한선을 1백만 원으로 인하할 수 있다. 아동과 청소년에 무상의료를 실현할 수 있다. 선택진료제를 폐지하고 병실 보험급여를 확대하는 등 비급여 서비스를 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 건강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 건강보장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이 제안에는 시민회의의 제안에선 찾아볼 수 없는 건강보험 재정관리 효율화 방안도 포함돼 있다.
병원에 지급하는 보험재정의 총액을 제한하는 ‘총액예산제’를 도입해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막고 하나의 질병 치료에 필요한 진료비를 제한하는 ‘포괄수가제’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보험재정 낭비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된 약값을 인하하는 안도 포함됐고 공공병원 강화 계획도 들어있다. 도시 보건지소를 확대하고 모든 개인병원을 비영리병원으로 전환하는 급진적인 제안도 있다. 노인의료비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절반을 부담하고 정부가 나머지 절반을 부담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이런 요구를 중심으로 보편적 복지를 요구하는 ‘통합적 사회운동’ 건설을 제안했다.
신영전 정책위원장 등의 새로운 제안은 지난 10여 년의 건강보장운동의 성과와 정신을 계승하고 운동의 분열을 막을 수 있는 훌륭한 제안이다. 대중적 지지를 받아 온 무상의료를 실현할 구체적인 정책 대안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이 요구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민주노총과 진보정당 등 노동자 운동이 구심점 구실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