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문서가 9만 건이 넘게 유출됨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에서 자행되고 있는 범죄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유출된 문건들은 미국이 이끄는 나토군이 아프가니스탄에 평화와 민주주의를 가져다 주고 있다는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보여 준다.
이 문건들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9년 말까지 미군과 영국군의 폭격과 총격으로 민간인 수백 명이 죽었다.
일부 문서는 오직 탈레반 지도자들만 “사살 또는 생포”할 목적으로 창설됐다는 미군 비밀 부대, ‘태스크포스 373’에 관한 것들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부대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3백69명을 죽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어느 작전에서는 어린이 일곱 명이 죽기도 했다.
실제 사망자 수는 십중팔구 더 많을 것이다.
조지 부시가 9년 전에 시작한 ‘테러와의 전쟁’은 아프가니스탄 민중에게 오직 죽음과 파괴만을 가져왔다.
버락 오바마와 그의 지지자들은 지난해에 오바마가 집권한 뒤로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 주장한다. 가증스러운 거짓말이다. 오히려 아프가니스탄에서 학살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나토군은 7월 23일에도 헬만드 주 상긴에서 민간인 약 45명을 죽였다. 이는 오바마 집권 이후 18개월 동안 서방 군대가 자행한 수많은 학살 중 최신 사례일 뿐이다.
사망자가 이렇게 많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점령의 목적은 애당초 아프가니스탄 민중의 해방이 아니라 미국 패권을 강화하는 데 있었다.
점령의 야만성은 이러한 목적 자체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오바마는 여론의 압력에 밀려 점진적 철군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점진적 철군은 고통을 연장할 뿐이다.
아프가니스탄에 평화와 정의를 가져다 주는 유일한 길은 병력을 당장 철수하고 아프가니스탄 민중이 스스로 통치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그런데 7월 21일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는 “한국 측이 아프가니스탄의 치안·거버넌스·개발에 대한 지원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공동성명은 한국군 파병 임무에 애초에 없던 “치안”을 포함시켰다. 전투병 파병 가능성을 은근슬쩍 흘린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든다.
그러나 이것은 아프가니스탄 민중의 해방이 아니라 비극만 심화시킬 뿐이다. 한국군은 즉각 철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