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3일 프랑스 하원이 부르카[눈을 제외한 얼굴과 몸 전체를 가리는 무슬림 여성의 옷]나 니캅[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베일] 착용을 불법화했다. 단 한 명의 의원만이 반대표를 던졌고 사회당과 녹색당은 기권했다.

이 법이 즉각적 효력을 미치는 대상은 2천 명이 안 된다. 프랑스 거주 무슬림 여성 중 0.1퍼센트만이 얼굴을 가리는 베일을 착용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최고 행정재판소는 법적 문제 때문에 이 조처가 실행되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프랑스 하원의 표결은 스위스의 이슬람 사원 건축 반대 국민투표, 벨기에와 스페인·북부 이탈리아 일부 지역들의 베일 착용 금지 결정에 뒤이은 것이다.

이 조처들의 목적은 소수 무슬림들을 속죄양 삼아 이슬람 근본주의의 “위험성”을 과장하는 것이다.

지난 몇 달 동안 베일 착용에 반대하는 히스테리가 폭증했고, 주요 정치인들은 베일을 미키 마우스 가면, 입마개, “걸어다니는 관”에 비유했다.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는 얼굴과 신체 전부를 가리는 베일이 “여성을 억압하기”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공격이 이슬람 혐오증을 정당화했다.

올 초 프랑스 서부의 한 가게에서 한 여성의 베일이 강제로 벗겨진 일이 있었다. 올 봄 지방선거에서는 장-마리 르펜이 이끄는 파시스트 정당인 국민전선의 지지가 급증했다.

관심을 돌리기

그러나 이 조처는 사르코지 정부의 취약성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전임 좌우파 정부의 절충과는 “단절”하겠다고 공약해 당선했다.

그의 임무는 신자유주의 의제를 단호하게 확립하고 저항을 제압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르코지 정부는 전임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저항을 평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을 뿐 아니라 심각한 부패 추문에 휘말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슬람 혐오증의 입법화는 정부의 무능을 가리고 정부의 약점에 쏠려 있는 사람들의 관심을 딴 데로 돌리는 구실을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좌파는 왜 정부의 인종차별주의를 폭로하지 않는가?

어디서 프랑스의 무슬림 공동체를 방어하는 시위들이 있었는가?

지난 15년 동안 사회 운동들이 단연 강력했던 나라에서 좌파는 왜 이슬람 혐오증과 제대로 투쟁하지 못했는가?

그 답의 일부는 프랑스 좌파 내 존재하는 세속주의 공화국 전통의 영향력과 관계있다.

19세기 후반에 이것은 반교권주의(反敎權主義) 형태를 띠었고, 군주제를 지지하는 가톨릭 교회에 맞서는 강력한 수단이었다.

사회주의자 폴 라파르그가 주장했듯이, 이것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자본가가 아니라 성직자를 파괴하게끔” 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전통에 공화국 민족주의가 뿌리 내릴 여지가 생겨났다.

1980년대에 사회당은 야심 찬 사회 개혁 정책들을 포기하면서 그 대용품으로 공화국 민족주의를 내세웠다. 르펜의 부상에 맞설 대안으로 “공화국의 가치”를 들먹였다.

그래서 1980년대 말 무슬림이 히잡 착용 문제로 공격당할 때 좌파는 무기력했다. 마침내 2004년에는 히잡이 학교에서 금지됐다.

신화들

공화국 세속주의는 한때 가톨릭 교회의 부와 특권에 반대하는 무기였지만, 지금은 억압받는 프랑스의 무슬림 소수자를 희생양 삼는 도구가 됐다.

얼굴 전체를 가리는 베일의 착용 금지는 다양한 신화들에 근거해 있다. 무슬림 극단주의가 이슬람 혐오증보다 더 큰 문제다, 국가가 여성에게 무엇을 입을 수 있는지 알려 줄 때 여성이 더 많은 자유를 누리게 된다 등.

이런 신화들에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다. 그러나 그리하려면 이슬람이 아니라 이슬람 혐오증을 적으로 규정하는 결연하고 분명한 운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