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들이 기후변화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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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세계 곳곳에서 기상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러시아는 최악의 가뭄을 맞아 23개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비축식량 3백만 톤을 긴급 방출했다. 중국 남부 지역에는 폭우가 그치지 않고 있고 유럽에서도 폭염으로 많은 노인들이 숨졌다. 미국 동부 지역은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지구 반대편 라틴아메리카는 한파가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11월 서울에서 개최될 G20 정상회의에서는 기후변화 대책도 논의될 것이다.
12월에 멕시코 칸쿤에서 열릴 유엔기후회의를 앞두고 열리는 만큼 그 결과가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G20 국가들의 온실가스 배출을 막지 못하면 기후변화를 멈출 수 없다.
그러나 정부와 언론의 호들갑스러운 선전과 달리 G20 정상회의는 기후변화 문제를 진지하게 다룬 적이 없다.
지난해 9월 미국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화석연료 보조금 철폐’는 구체적 실행 계획이나 강제 규정이 없었다. 그저 “에너지 및 재무장관들이 각국별 국내 상황에 기초하여 이행전략과 시간표를 발전시키”라고 했을 뿐이다.
산업계의 이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각국 재무장관들이 기후변화 재원 마련에 나서라고 해 사실상 기후변화 대책을 기업 이윤에 종속시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또, ‘청정 및 신재생에너지 공급의 확대 및 에너지 효율 개선’을 약속했지만 누가 언제까지 얼마를 부담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청정에너지 기술 이전도 “자발성에 기반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술을 다른 나라 경쟁 기업들에 넘겨줄 리 없기 때문에 이것은 공문구일 뿐이다.
따라서 G20 국가들의 ‘자발적’ 감축 계획은 절망적인 수준이다.
G20 국가들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
미국 오바마 정부는 2020년까지 2005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17퍼센트를 감축하겠다고 했다. 이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의 기준연도인 1990년 기준으로 보면 고작 4퍼센트 줄이는 것이다. 그조차 교토협약처럼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의 국회의원들이 거대 석유기업들과 자동차 기업들의 이윤에 큰 타격을 줄 감축 목표에 찬성하리라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BP아메리카, 코노코필립스, 캐터필러 등은 지난해 12월 코펜하겐 기후정상회담 직후 오바마의 기후변화 정책조차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을 제치고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된 중국은 명확한 감축 목표를 제시하는 대신 GDP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40~50퍼센트 감축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GDP가 증가할 것이므로 사실상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늘어날 것임을 뜻한다.
물론 1인당 배출량을 비교하면 중국은 미국의 4분의 1에 그친다.
사실, 미국과 중국이 온실가스를 실질적으로 감축하지 않는다면 국제 협약은 아무 효과가 없을 것이다. 두 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42퍼센트다.
러시아·인도·이탈리아·사우디아라비아·아르헨티나는 감축 목표조차 없고 터키는 교토 협약에 가입한 적도 없다.
다른 선진국들은 목표치를 내놨지만 기후변화를 멈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월에 발표한 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에서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의 30퍼센트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1년 전에는 온실가스 배출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고 했다가 2월 발표에서는 2005년보다 3배나 빠른 속도로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할 것이라며 배출전망치를 일부러 높게 잡았다.
기준 자체를 제멋대로 바꿔 버리니 줄이지 않고도 줄였다고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에너지·산업 공정 관련 기업의 온실가스 규제는 지식경제부가, 건물·교통 분야는 국토해양부가, 폐기물 분야는 환경부가, 농수산업 관련 분야는 농수산식품부가 각각 맡도록 했다. “기업들이 여러 부처에서 시달림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G20은 기후변화를 멈추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될 것이다.
경제 위기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려 한 것처럼 이들은 기후변화 책임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기고 기업주들의 이윤을 위해 인류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려 한다.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모든 이들이 G20 항의 운동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