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죽이지 마라.”
이 절박한 구호를 내걸고,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삼성 직업병 피해자 가족들은 7월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삼성 반도체·LCD 공장들과 수원·청주·천안·서울 지역에서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공동행동’을 벌였다.
그러나 삼성은 첫날 기흥공장 앞 집회부터 출퇴근용 대형버스로 차벽을 만들어 공장 앞을 완전히 에워쌌다. 보안요원 수십 명이 앞을 가로막고 홍보물을 빼앗아 갔다.
희귀암으로 아들을 잃은 어머님이 아들의 영정 사진을 들고 탕정공장 앞에 도착하자 회사 측은 댄스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기자회견조차 치를 수 없도록 방해했다. 피해 가족들은 ‘언제는 가족이라더니 병 걸려 죽으니까 쓰레기 취급하느냐’며 대성통곡했다.
2007년 3월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어린 노동자 황유미 씨가 백혈병에 걸려 숨지고, 그녀와 함께 2인 1조로 일했던 이숙영 씨도 똑같은 백혈병에 걸려 숨진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자, 이를 폭로한 반올림에 피해 노동자들의 제보가 들어 왔다.
2010년 3월 또다시 삼성반도체 공장 노동자 박지연 씨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더 많은 제보가 들어 왔다. 반도체, LCD 등 삼성의 전기·전자 공장에서 일하다 암에 걸린 노동자는 제보된 숫자만 6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20명에 이른다.
최근 삼성에 투자한 8개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삼성 측에 ‘피해자 치료비 지원 대책’과 ‘진상규명’ 요구에 나서자, 삼성은 발빠르게 대응하고 나섰다. 삼성은 건강연구소를 차리고 하버드대 교수와 국내외 산업의학전문의들을 위촉해 1년간 재조사를 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산재 피해노동자 가족이나 반올림은 삼성이 진실을 은폐하려는 수단으로 전문가의 입을 빌리려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첫째 삼성은 있는 발암물질조차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 산학협력단 조사에서 “삼성이 백혈병을 유발시키는 1급 발암물질 벤젠을 함유한 화학물질을 사용했다”는 것이 밝혀졌으나 삼성은 이러한 사실을 완전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둘째, 삼성은 산재 피해자 가족들에게 거액을 제시하며 산재 소송을 포기할 것을 종용하고 압박하고 있다. 고(故) 박지연 씨의 어머님도 삼성의 집요한 회유에 거액을 받고 산재 소송을 포기했다고 한맺힌 사연을 털어놨다. 삼성은 박지연 씨의 어머님에게 민주노총을 만나지 말고 멀리 이사가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셋째, 삼성은 그동안 피해 노동자들에게 현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이름조차 ‘영업비밀’이라며 숨겨 왔다.
삼성은 화학물질 목록, 누출사고 기록, 환자 현황 등 모든 정보를 완전히 공개하고, 수많은 피해자들과 그 가족에게 사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