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맑시즘 2010에서 ‘대학 기업화와 학문공동체의 붕괴, 그에 맞선 저항’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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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부터 나흘 동안 열린 ‘맑시즘2010’에서 대학 구조조정에 앞장서서 맞서고 있는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가 연사로 나선 ‘대학 기업화와 학문공동체의 붕괴, 그에 맞선 저항’에 참가했다.
대학 기업화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한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 기업화는 연구 결과물에 대한 독점권을 기업에 팔아 넘겨 일정한 후원을 얻는 형태로 나타나는 지식의 상품화 과정, 그리고 학생들에게 “상품”으로서의 교육을 팔아넘기는 교육의 상품화 과정 등으로 나타나며 때로는 학위 장사를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대학의 기업화는 대학을 기업의 하청업체화했고, 대학이 하나의 기업이 되는 순간 그 운영 방식은 매우 비민주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기업 경영에서 유일한 권력은 바로 오너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래 대학과 기업은 본성상 친화적일 수가 없다. 대학이야말로 시장을 견제하고 시장논리에서 벗어난 논의의 장이 될 수 있다. 김누리 교수가 강연에서 “대학이 권력과 투쟁하면서 보편성과 진리를 담보해 온 과정”이야말로 근대성 담론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할 정도로 대학은 종교권력과 정치권력에 맞서 왔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이 철저히 침해받고 있다.
“자유”, “정의”, “진리”개념이 사라지고 “스펙”, “효율성”, “선택과 집중” 등이 캠퍼스를 점령한 것, 기업문화가 대학을 지배하게 된 것은 자본주의와 경제권력이 대학사회에 대해 가하는 공격이다.
나 역시 2006년에 대학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이후 우리 학교(건국대학교)가 계속해서 기업화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학교 당국은 저렴하고 살기 좋았던 기존의 기숙사를 헐고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호텔급” 기숙사를 짓고,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학생들에게 요구한다. 또한 학교 안에 카페, 편의점, 고급 레스토랑 등을 유치한다.
학과 구조조정도 무서운 기세로 진행되고 있다. “동양에서 유일한” 학과라고 학교 당국이 자랑하던 히브리·중동학과와 함께 EU문화정보학과 등이 폐과됐다.
1968 반란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과거사에서 그 해답이 일정 부분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내가 돌아보려 하는 것은 1968년 반란이다. 1968년 반란은 처음에는 대학 점거로 시작해 나중에는 노학연대(勞學連帶), 더 나아가서는 자본주의 타도를 노렸던, 급진적 운동들의 집합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학생들이 자본주의를 공격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처음에 저항했던 대상은 자신들을 압박하는 대학의 권위적 구조였고, 매일 똑같은 소스에 “거지 같은” 파스타만 나오는 대학의 싸구려 학생식당이었고, 기업의 하청업체화해 “지식공장”이 돼 버린 대학, 그 속에서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우받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임노동자로 취급받는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맞서 싸운 것은 결국 이 모든 것으로부터 이익을 챙기고 있었던 비인간적인 자본주의 체제였다.
대학의 기업화는 자본주의의 한 단면이다. 대학 기업화에 대한 거부는 곧 이 비인간적인 체제에 대한 저항이라는 것을 68년 세대는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저항이 그렇게 크고 강력하게 분출할 수 있었던 근저에는 저항 이전의 일상적 시기부터 끊임없이 정세를 관망하고, 대중의 정서를 교감하고자 했던 여러 학생운동 조직이 있었다.
대학 기업화에 대한 학생들의 저항과 거부는 언젠가 크게 가시화될 것이다. 최근 대학가를 뜨겁게 달궜던 김예슬 사건은 그 저항의 징후이기도 하다. 저항의 도화선이 크게 당겨질 수 있을지 없을지는 우리가 얼마나 강하게 조직화되고 준비돼 있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에게 많은 것이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