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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반MB”가 아니라 진보의 단결이 필요하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7·28 재보선의 쓰디쓴 교훈을 직시해야

7·28 재보선에서 ‘묻지마’ 반MB 야권연대 노선의 한계가 드러났는데도 그것을 못 보는 사람들이 있다.

예컨대, 민주노동당 이정희 신임 대표는 7월 30일 당 대표 취임식에서 “유연한 진보”와 “[반MB] 야권연대”를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은 유연한 진보의 모습을 보여 드릴 것입니다. 거친 구호나 작은 차이에서 진보의 정체성을 찾지 않겠습니다.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과제[더 폭넓은 야권연대]를 위해서는 우리 안의 작은 고집이라도 내려놓고 가장 먼저 희생하고 헌신하겠습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개표 다음 날 민주노동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고 논평했다. 7·28 재보선에서 그 한계가 드러나며 실패한 반MB 민주연합 노선을 반성적으로 평가하기는커녕, 그것을 새 지도부가 계속 이어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민주노동당 이상규 후보는 두 달 새 두 번이나 후보를 사퇴하며 민주당에 표를 몰아줬지만 단 한 번도 자신이 지지한 후보를 당선시키지 못했다.

이것은 첫째,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진보 성향의 표가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호소에 따라 고스란히 민주당 지지로 옮겨가지는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둘째, 진보정당의 분열과 “묻지마 반MB연대”에서 느낀 실망감 때문에 진보적 유권자들은 결집하지 않고 투표를 포기해 버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 준다. 사회당의 왜소함을 감안하더라도 유일한 진보 후보였던 금민 후보가 0.5퍼센트 득표에 그친 것도 이런 상황을 보여 준다.

한마디로 진보정치의 ‘제1당’인 민주노동당이 최근 두 차례 선거에서 추구한 노선이 진보정치의 존재감을 갉아먹으며 반MB 진보 대안 건설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반MB 진보 대안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은 광주와 인천, 강원 등 민주노동당이 민주당과 독자적으로 완주하며 진보적 목소리를 낸 곳이었다.

따라서 7·28 재보선에서 민주노동당이 배워야 할 진정한 교훈은 선거에서 반MB 대안으로 제시할 만한 진보 선거연합을 구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찬물

그런 점에서 민주노동당 새 지도부가 취임사에서 민주당을 향한 비판 한마디도 없이 또다시 “더 폭 넓고 수준 높은 야권연대”를 강조한 것은 이런 과제에 역행하는 것이다.

재보선에서 후보를 내지 못한 진보신당은 최근 “당 우선 강화와 외연 확대 병행 추진”이라는 방향을 잠정적으로 내놓았다. 노회찬 대표는 “그동안 민노당의 통합 제안에 수세적이었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진보의 재단결과 외연 확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진 것을 보여 준다. 금민 후보의 득표 결과도 더 폭넓은 진보대통합의 필요성을 보여 준 면이 있다.

그럼에도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행보는 이런 분위기에 찬물만 끼얹고 있다.

말로만 진보대연합을 내세우면서 실천으로는 반MB 민주연합에만 매달리며, 진보대연합을 말할 때조차 민주연합을 더 효과적으로 하려는 ‘옵션’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민주노동당이 진보진영의 우선적인 연대나 연합보다 계속해서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을 우선대상자로 한나라당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거래하듯이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이 … 진보진영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이정희 새 대표가 “유연한 진보”를 명목 삼아 “작은 차이”와 “거친 구호”로 “정체성을 찾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도 우려스럽다.

민주당 의원들이 민주노동당에게 “대안없는 … 반미정당”, “한나라당 2중대”라고 막말하는 게 “작은 차이”일까. ‘집권 민주당’이 추진한 한미FTA, 파병, 비정규직 악법, 의료 민영화, 국민연금 개악 등을 비판하고 ‘묻지마 야권연대’에 반대하는 게 “거친 구호”일까.

민주당이 이번에 반MB 대안의 일부가 될 만한 변화를 보여 주지 못한 것은 우연이나 실수가 아니다. 기업주에 기반해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당이라는 민주당의 근본적 성격 때문이다.

따라서 친기업·반민주 정책에 대한 반대라는 반MB의 알맹이를 빼먹으면서 진보·개혁 염원 대중의 사기 저하와 냉소를 낳는 민주당 중심의 야권연대는 재고돼야 한다.

이명박이 싫지만 민주당은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진보적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