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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감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

진보운동 출신 교육감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진보교육감에 보내는 대중의 기대가 여전히 높지만, 일부 교육감들은 현실의 시험대 앞에서 벌써 취약성을 드러냈다.

특히 수도권의 두 교육감이 교과부의 압력에 굴복해 일제고사 응시 선택권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않은 것은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최근 곽노현 교육감의 행보는 더욱 우려스럽다. 지난달 말 서울시교육청은 일제고사 집단 거부 사태가 일어난 학교들을 감사하고 그중 한 학교(영등포고)의 교장과 교감, 담임교사를 징계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어처구니없는 결정이다. 대체학습 허용은 서울시교육청 지침이었다. 비록 일제고사 당일 오전에 대체학습 허용이 “시험 선택권 부여를 뜻하지 않는다”는 황당한 공문을 서울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내려보냈지만, 어쨌든 대체학습 허용은 서울시교육청 지침이었다.

곽노현 교육감의 영등포고등학교 교사 징계 방침은 일제고사 반대라는 자신의 공약을 정면으로 어기는 것일 뿐 아니라 학교를 “민주주의와 인권의 학습장”으로 만들겠다는 공약과도 완전히 모순된다.

지난 한 달간의 경험은 곽노현 교육감이 진보운동의 대변자가 되기보다는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교육감’이 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명박의 교육 정책에 대한 정치적 도전을 회피한 채 의미 있는 교육 개혁을 이룰 수는 없다. 대중운동을 고무하지 않고 심지어 그것을 억제하면서 진보적 교육 개혁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은 엘리트주의적 공상일 뿐이다.

개혁의 동력

곽노현 교육감의 최근 행보는 살망스럽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비관에 빠질 이유는 전혀 없다. 민병희 교육감이나 김승환 교육감의 진보적 행보는 분명 교육 개혁의 중요한 추진력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교육 개혁의 진정한 동력은 대중운동의 힘이다. 보수파들의 반발을 뚫고 의미 있는 개혁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대중 자신의 행동이 중요하다.

현 정치 상황은 진보진영에게 전혀 불리하지 않다. 최근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했지만 이것은 민주당의 꾀죄죄한 모습에 따른 반사이익일 뿐 결코 공고하지 않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여전히 높고 경제의 불안정성도 크다. 따라서 집권당 내 분열은 계속될 것이고 지배자들 간의 갈등과 충돌도 커질 것이다. 이런 조건은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투쟁에 나서도록 고무할 수 있다.

한국에서 교육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가장 크게 일어났던 시기는 진보교육감이 전혀 없던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중반이었다. 전교조 결성으로 이어진 교사들의 치열한 투쟁은 학교를 포함한 사회의 민주화에 큰 기여를 했다. 당시 교육 투쟁의 활성화는 교사뿐 아니라 노동계급 투쟁의 전반적 고양 속에서 이뤄졌다.

오늘날 교사들의 자신감이나 노동운동 전반의 투쟁력이 당시처럼 높지는 않다. 하지만 촛불항쟁을 포함한 정치투쟁들과 지난 지방선거 결과의 영향으로 자신감을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 특히 진보교육감의 대거 당선은 맹렬한 탄압으로 크게 위축된 교사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물론 이명박 정부는 위기 때문에 계속해서 전교조를 탄압하고 사람들을 이간질하는 이데올로기 공세를 지속할 것이다.

우파들은 대중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운동을 분열시키려고 계속해서 진보운동 출신 교육감들을 흠집내고 체제에 순응하도록 위협할 것이다.

진보진영은 우파의 공세 앞에서 진보운동 출신 교육감을 분명히 방어해야 한다. 동시에 이 교육감들이 우파의 공세에 굴복해 불필요한 타협을 하거나 대의를 배신하면 가차없이 비판해야 한다.

곽노현 교육감이나 김상곤 교육감을 우파 공격에서 방어하지 않거나 두 교육감에 대해 무비판적 태도를 취하는 것 모두 피해야 한다.

또, 학생인권조례 제정이나 혁신학교 실험 같은 교육 혁신 운동은 교원평가, 일제고사, 자사고 확대, 교육과정 개편 등 이명박의 교육 정책에 맞선 정치적 투쟁과 결합돼야 한다.

교육을 왜곡하고 짓누르는 구조적 요인들에 대한 투쟁이 없다면 새로운 실험은 단명하거나 변질되기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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