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경향신문〉은 전남대학교 김상봉 교수의 삼성 비판 칼럼을 게재하지 않은 것을 반성하며 “대기업을 의식해 특정기사를 넣고 빼는 것은 언론의 본령에 어긋나는 것이지만 한때나마 신문사의 경영 현실을 먼저 떠올렸음을”(〈경향신문〉 편집국) 독자들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6개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경향신문〉은 또다시 대기업의 광고 압력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기업 GS건설에 맞서 8개월 가까이 싸우고 있는 두리반 철거민들을 지지하는 의견광고가 거부된 것이다.
광고는 철거민들을 지지하는 5백73인이 GS건설, 한전, 마포구청을 규탄하는 내용으로 1주일 전부터 〈경향신문〉과 논의해 싣기로 한 것이었다. ‘진보 언론’이라 믿었던 〈경향신문〉에 배신당한 철거민들은 “자본은 정말 무소불위한가?”(철거민이 두리반 까페에 올린 글 제목) 하고 원망했다.
〈경향신문〉의 의견 광고 게재 거부는 우연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광고에 의존하는 언론은 광고주의 압력을 받게 마련이다. 〈레프트21〉과 같이 기업과 정부 후원을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신문만이 그러한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한편 공교롭게도, 두리반 까페에 올라와 있던 신문광고비 모금 웹자보가 〈경향신문〉이 광고를 거부한 바로 다음 날 ‘다음’ 관리자에 의해 삭제됐다. 자본의 권력은 인터넷에까지 미치는 것이다.
두리반 대책위는 다시금 전열을 가다듬고 8월 16일 11시 경향신문사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이번 광고 거부사태에 책임을 묻기로 했다. 투쟁이 성장하면서 탄압은 거세지고 있지만, 이는 거꾸로 GS건설의 조바심을 보여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