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메인호를 기억하라》:
언론의 의도된 거짓말을 폭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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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명박의 나팔수가 돼 버린 주류 언론을 매우 불신한다. 그나마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들은 검열을 받아 불방되기 일쑤다. MBC 〈PD수첩〉의 4대강 관련 프로그램 방송 보류 조처는 이런 현실을 잘 보여 준다.
우리가 날마다 접하는 뉴스 보도와 신문 기사는 과연 얼마나 진실을 담고 있을까. ‘허위의 시대, 언론의 거짓말’들을 신랄하게 폭로하는 에릭 번스의 《메인호를 기억하라》는 언론에 품는 사람들의 의구심을 확인해 준다.
《메인호를 기억하라》를 보면, 과거 미국 언론사에서 언론이 특정 목적에 이바지하는 한 반드시 진실일 필요는 없었다.
에릭 번스는 미국의 우파 뉴스 채널 폭스뉴스의 유명 프로그램 〈폭스뉴스 워치〉를 오랫동안 진행하다가 사표를 제출하고는 “폭스뉴스는 뉴스가 아니라 이야기”라고 고백한 언론인이다. 에릭 번스는 언론의 단순한 실수부터 의도된 거짓말까지 흥미진진한 사례들을 들려 준다.
H L 맹컨은 ‘가공의 전쟁 속보’를 통해 러일 전쟁 당시 해전 결과를 실제 전장에서 소식이 들어오기 2주 전에 사실인 양 보도했다.
언론은 1930년대 린드버그 아들 유괴 사건 때는 확실하지 않은 증거로 이주 독일인을 연쇄살인범으로 몰아 단죄하기도 했다.
미국이 스페인과 패권 전쟁을 벌이는 명분이 됐던 메인 호 폭발 사건에서 우파 언론의 거짓 선전의 ‘진수’를 볼 수 있다.
1898년 2월 미 해군 소속 전함 메인 호가 쿠바의 수도 아바나 앞바다에서 폭발한 다음 날부터 〈뉴욕저널〉 같은 극우 신문들이 이 폭발의 배후에는 스페인이 있다고 선동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 대통령 맥킨리는 이 사고가 선내 탄약고의 우발적 폭발 때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파 언론의 전쟁 선동을 이용해 스페인과 전쟁을 시작했다. 당시 미국 지배계급은 스페인이 지배하던 쿠바를 얻고 나아가 제국주의 국가로 도약하고자 했던 터였다.
언론의 진실 왜곡은 미국 언론에만 해당하는 건 물론 아니다. 우리도 숱하게 경험했고 경험하고 있다.
한국 언론은 1980년 광주 민중항쟁을 ‘북한의 사주를 받은 불순 분자와 폭도들의 난동’으로, 피비린내 나는 파병을 정의로운 ‘평화 유지 활동’으로 둔갑시켰다.
그러나 이런 기사를 사람들이 곧이 곧대로 다 믿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을 잠시 속일 수 있고 한 명을 영원히 속일 수 있지만 모든 사람들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우파 언론은 천안함 침몰을 북한 소행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으나 사람들은 결정적 근거 ‘1번’을 조롱했다. 4대강 사업이 친환경 녹색 사업이라는 정부와 주류 언론의 홍보를 믿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되겠는가.
이 책은 언론의 거짓말들을 신랄하게 폭로하지만, 언론과 정치의 상관관계를 밝히기엔 부족한 듯하다. 언론이 단지 판매 부수 확대를 위해서만 거짓과 왜곡을 일삼는 것은 아니다.
소수인 지배계급은 지배를 유지하려고 다수에 대한 소수의 착취와 지배를 은폐하고 어떻게든 자신의 사상을 지배적인 사상으로 만들려 한다. 주류 언론은 이런 지배자들의 목적에 충실하다. 언론의 왜곡과 거짓말은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체제의 불합리와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