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이라크 “전투 임무 종료”:
미군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 철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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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 미군의 이라크 “전투 임무 종료”에 맞춰 오바마는 전투 병력을 철군시켰다. 언론에 비친 귀환 병사들의 인터뷰는 하나같이 “무사히 돌아와서 기쁘다”, “가장 큰 성과는 집에 돌아왔다는 거다” 하며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미군은 이라크 전쟁에서 지금까지 무려 군인 4천4백19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여전히 미군 5만 6천 명이 이라크에 남아 있다. 그리고 전투병력이 철군한 직후 미군 한 명이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서 작전 중 사망했다. 비극은 끝나지 않았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2003년 부시는 ‘이라크의 자유’라는 작전명을 내세워 이라크를 침략했다. 지금까지 이 전쟁 때문에 1백만 명이 넘는 이라크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고향을 등지고 해외로 피신한 난민이 1백80만 명이 넘고 국내에서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다.
반면, 전쟁의 명분이던 대량살상무기는 어디 있는가? 맷 데이먼이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찾아 제거하는 임무를 받고 파병된 미 육군 준위를 연기한 영화 〈그린존〉이 풍자했듯이 애당초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다.
그렇다면 날조된 거짓말로 전쟁을 시작한 범죄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부시는 집권 말기인 2008년 12월 이라크를 방문해 이라크인 알 자이디에게 신발 역습을 받은 것 이외에는 전임 대통령으로서 모든 혜택을 누리고 있다.
가장 화려한 삶을 사는 자는 블레어다. 이 자는 중동 평화 특사로 공식 활동을 하며 기업들의 막대한 후원으로 돈방석에 앉더니 최근 투자은행까지 설립했다.
“지정학적 대참사”
그런데 오늘날 이라크 전쟁은 전쟁범죄자들이 잘 먹고 잘사는 씁쓸한 결말 그 이상을 의미한다. 미국은 부상하는 경쟁 국가들을 제압하고 지정학적 요충지인 중동을 재편해 제국의 패권을 공고히 하려고 이라크 전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7년 동안 미국이 이라크 전쟁으로 얻은 것이라고는 군사력의 과시와 지정학적 우위가 아닌 “지정학적 대참사”다. 이라크 전쟁으로 미국은 대외 정책에서 정당성의 위기를 겪게 됐다. 그뿐 아니라 아무리 세계 최강 군사 대국이라도 자기편이 많지 않은 곳에서 민중의 저항에 직면했을 때는 패배할 수 있다는, 오래된 진리를 재확인해 줬다.
‘아프팍’ 전쟁에서 인기를 잃은 오바마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번 철군을 자신의 중요한 치적으로 삼고 싶어 한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스〉가 지적했듯이 미군 철수는 부시가 이미 말라키 정부와 합의한 것이자 이라크 전략을 수정(이라크에서 대규모 미군을 철군시켜 아프가니스탄에 집중하자는)하자는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임 정부 대외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오바마에게는 사실상 이라크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아프팍’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미군을 이라크에 묶어 둘 수 없었을 것이며, 이미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실패한 전쟁’으로 인식된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의 지배자들은 벗어나고 싶어 했다.
그렇다면 이제 이라크 전쟁은 끝난 것인가? 2011년까지 이라크 경찰을 양성하려고 남겨 둔 미군 5만 6천 명까지 모두 철수하면 미국은 이라크에서 손을 뗄 것인가?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미군은 이라크 전쟁에서 완전한 승리는커녕 안정적인 친미 정부도 수립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란처럼 이 전쟁으로 오히려 중동 내 영향력이 커진 국가들이 자신이 나간 자리의 공백을 메울까 봐 곤혹스러워 한다.
지난 3월 선거 이후 이라크는 아직 정부도 구성되지 않았다. 이라크 주변을 둘러싸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이란, 시리아,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모두 자신이 지지하는 이라크 내 세력이 권력을 장악하기를 원한다.
이 때문에 로버트 게이츠는 “새로 들어서는 이라크 정부가 미군의 계속 주둔을 위한 협상을 원할 경우 우리는 이에 응할 것”이라며 미군은 2011년 이후에도 계속 주둔할 수도 있다고 했다.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군사전문가 앤서니 코데스만은 “이라크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승리하지도 않았다”며 섣부른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오바마 정부에 조언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군사력을 총력 집중한 ‘아프팍’ 전쟁이 ‘실패한 전쟁’으로 돼 가는 지금 이라크 전쟁에서 발을 빼면서도 자꾸 뒤돌아 보는 것 말고는 달리 대안이 없어 보인다.
혹여 이라크에 이어 ‘아프팍’ 전쟁에서도 회복하지 못한 제국의 체면을 어떻게든 만회해 보려고 이란 공격 카드를 꺼내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것만이 상처 입은 야수를 확실히 잠재우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