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파키스탄:
수재민들의 절망이 분노로 바뀌다

파키스탄에서는 홍수 피해가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의 대응은 계속해서 실패로 끝남에 따라 수재민들의 절망이 분노로 바뀌고 있다.

정부 각료들은 이제 수재민들이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무장 경호원들을 한 무리씩 대동하지 않고서는 감히 수해 지역을 방문하지 않는다.

집과 생계를 잃은 사람들에 대한 구호는 파키스탄 국가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지난주에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외곽의 파괴된 마을들을 보러 온 영국 개발부 장관과 보수당 의장이 타고 있던 차량 행렬을 절망에 찬 한 무리의 군중이 공격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성난 군중이 4륜 구동 차량들을 에워싸고 도로를 막았다. 군중이 던진 돌에 방탄 유리가 깨지고 6만 파운드 상당의 기물이 파손됐다.

“시위자들 가운데 일부는 화염병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텔레그래프〉는 계속해서 이렇게 보도했다. “이 같은 시위들이 발생한 직접적 계기는 홍수로 인한 정전 사태였다.… 파키스탄 군은 시위를 진압하려고 군중에게 발포해 두 명을 죽였다. 그 결과 긴장이 더욱 증폭됐다.”

전문가들은 홍수가 북부 지역에서부터 남쪽에 있는 펀자브 주와 신드 주의 농업 지대로 확산됨에 따라 이 같은 시위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파키스탄 정부는 집과 생계를 모두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구호조차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희생

이번 홍수에 관해 파키스탄 정부 각료 한 사람이 8월 24일에 한 발언은 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희생을 치르고 있는지를 보여 줬다.

보건부 장관 쿠시누드 라샤리는 신드 주 자코바바드에 있는 공군기지를 미군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수가 자코바바드 주민 70만 명을 강타했을 때 이 공군기지를 인명 구조에 활용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라샤리에 따르면 “공군기지를 미국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자코바바드의 홍수 피해 지역에서 의료 구호 활동을 벌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부 “개발 프로젝트” 탓에 사태가 더욱 악화된 데 대해서도 분노가 커지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의 댐과 제방 네트워크가 재난을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댐과 제방의 목적은 전력을 생산하고 관개 시설에 물을 공급하며 홍수를 방지하는 것이었다.

인더스 강을 이렇게 막음으로써 국토 한가운데에 방대하고 비옥한 지대를 만든다는 것이 애초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의도치 않은 문제가 나타났다. 인더스 강 상류에 하류에 비해 훨씬 많은 토사가 쌓이게 됐고, 그 결과 강바닥이 높아져 종전에는 메말랐던 땅이 강물 범람에 취약해진 것이다.

물에 잠긴 인더스 분지 일대의 지도를 보면 가장 피해가 큰 지역들은 댐이나 제방 주변 지역이라는 것이 분명히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준설 작업과 댐의 유지·보수가 비용이 많이 들고 인간의 실수가 개입하기 쉽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세계은행은 여전히 그러한 프로젝트가 “선진적”이라며 선호하고 있다.

2004년에 세계은행은 반대 목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파키스탄 정부에 제방 건립 자금으로 1억 4천4백만 달러를 지원했다. 이 돈으로 재건될 펀자브 주 타운사의 초대형 제방이 필수적인 홍수 예방 시설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주에는 이 제방이 강물에 뚫리면서 다시 한 번 수해가 일어났다.

이 “홍수 예방 시설” 주위로 물길이 치고 들어오면서 관개 시설에 범람하고 토목 공사 덕분에 안전해졌다는 이곳 농경 지대가 물에 잠긴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제방 상류 쪽의 강바닥에 토사가 위험할 정도로 많이 쌓였다고 몇 년 동안 경고해 왔지만 세계은행은 이를 무시했다.

파키스탄 정부 관리들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차관을 제공받기 위해 이번 주에 세계은행 측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파키스탄 정부가 이 돈으로 가장 먼저 하려는 일 중 하나는 분명 홍수 예방 시설을 더 짓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홍수 예방 시설을 짓는다는 명목으로 종래의 “선진적 프로젝트”가 또다시 추진된다면 지금과 같은 재앙이 되풀이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