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함께 서울 중북부지구가 주최한 포럼 ‘재정위기와 한국 경제’에 참가해 새로운 사실과 해답을 얻었다. 이 글은 토론 내용을 내가 이해한 대로 정리한 것이다.
한국 정부와 자본가들은 IMF 위기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 등을 통해 이윤율을 높이고, 외환을 많이 보유하는 등 정책을 펴 왔다. 그래서 한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는 33퍼센트로 OECD 평균인 53퍼센트보다 낮다.
하지만 재정적자가 OECD 평균보다 낮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33퍼센트라는 수치는 막대한 지방정부와 공기업의 부채를 뺀 것이며, 최근 3개월 동안 4대강을 두 번 뒤엎고도 남을 돈인 47조 7천억 원의 재정적자가 추가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재정적자가 생긴 이유는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금융권 연쇄 붕괴를 막으려고 막대한 세수를 투입했기 때문이다. 즉, 금융권의 시한폭탄을 정부가 대신 떠맡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경제가 수축되면서 세수는 감소하고 사회복지 지출 내역이 증가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재정적자는 지금까지 계속 증가해 왔다.
지방정부와 공기업의 적자도 크게 증가했다. 오세훈 재임 동안 서울시의 재정적자는 네 배로 증가했고, LH공사 역시 1백18조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빚을 지게 됐다.
재정적자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 노동자 계급이 갚는다. 둘, 자본가 계급이 갚는다. 셋, 채무불이행을 선언해 다른 나라에 떠넘긴다.
채무불이행 선언은 결국 한 나라의 위기를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또 노동자 계급이 갚는 것 역시 이미 IMF때 경험했듯이 빈부격차, 비정규직 증가 등으로 노동자의 피를 자본가에게 수혈하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
포럼에 참여한 한 동지의 비유처럼 ‘허리띠는 항상 졸라매야만 하고 풀 수는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역사가 노동자가 살을 내주면 자본가가 뼈까지 뜯어 간 페이지로 가득함을 볼 때, 절대로 노동자들이 빚을 갚아서는 안 된다.
애초에 위기의 원인이 자본가들의 탐욕인 것을 감안한다면, 각국에 있는 혁명적 좌파의 임무는 노동자들을 조직해 경제 위기의 대가를 자본가가 지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이상 위기는 발생하고 또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혁명적 좌파는 경제 위기를 토빈세 등의 자본주의적 개혁으로 막을 수는 없으며, 문제가 되는 자본주의 자체를 타도하는 것이 영구적인 해법임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운동을 발전시키는 구실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