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 근로복지공단 산하 대전지역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삼성 반도체 온양공장 노동자 유명화 씨의 재생불량성빈혈의 업무상질병 여부를 심의했다.
재생불량성빈혈은 정상적으로 혈액을 생성하지 못하는 중증 혈액질환으로 남의 피로 계속 수혈받아야 겨우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스물아홉 살 유명화 씨도 9년째 수혈을 받으며 집안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그 무엇으로도 잃어버린 건강과 피폐한 삶을 보상받을 길이 없다.
유 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온양공장의 고온테스트 검사공정에서 일을 했다. 반도체 칩을 수십만 개 검사하면서 묻어 나온 독으로 피부질환에 걸리고 코피가 나고 생리불순을 겪었다. 동료 중에는 직장암 진단을 받은 사람, 뇌종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도 있다.
2008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실시한 역학조사에서 삼성반도체 온양공장과 같은 반도체 조립 공정에서 일한 여성노동자들의 악성림프종 발병비율이 일반인보다 5.16배나 높게 나왔다.
그럼에도 산업재해 승인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백혈병, 악성림프종 등 삼성전자 피해 노동자들의 산업재해신청이 전원 불승인 난 바 있다. 이들은 행정소송의 길고 어려운 싸움을 시작했다.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지킴이)’은 2007년 11월부터 모두 16명의 산업재해 신청을 조력해 왔다.
그러나 산재 신청은 계속될 것이다. 지금까지 반올림이 파악한 삼성전자의 피해 노동자 숫자만 80명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