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조택상 인천 동구청장이 9월 10일 진보정당 후원 건으로 공무원노조 조합원에 대한 중징계를 요청했다. 그러다 징계 당사자와 진보진영의 비판에 직면해 조 구청장이 중징계 요청을 철회하면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진보 구청장 당선에 기뻐한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 줬다.
특히 정부의 탄압에 맞서고 있는 공무원 노동자들이 그랬다. 인천지역의 한 공무원노조 활동가는 “민주노동당 구청장이 자신의 정당을 후원한 게 문제였다고 결정했다”며 “검찰조차 해당 공무원의 기소를 유예했는데, 그조차 온전히 방어할 수 없다는 한심한 진보운동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더구나 조 구청장과 민주노동당 인천시당은 중징계 요청이 뜨거운 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도 핑계를 대며 늑장 대응했다. 동구청 권정달 비서실장은 ‘행안부의 압력이 초래한 일’이라는 식으로 변명했고, 담당 직원이 구청장의 의사에 반해 중징계 요청 공문을 보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말이 사실이라 해도, 사건 발생 17일 만에야 공개 사과하고 중징계 철회를 공식화한 것은 비판받을 만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조 구청장이 행안부의 징계 지시를 각 자치구에 시달한 인천시장 송영길을 비판하지 않은 것도 유감이다. 이 때문에 선거연합을 맺었던 인천시장 송영길의 징계 요구에 압박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지금 정부는 공무원노조의 활동에 재갈을 물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는 공무원노조 설립신고를 반려하고, 민주노총 가입과 4대강 사업 반대 성명 등까지 문제 삼았다.
진보 지자체장은 정부와 노동자들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중재자가 돼서는 안 되고, 단호하게 노동자들 편에 서야 한다. 2004년 민주노동당 울산 동구청장처럼 정부의 징계 요청을 거부하고 싸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조 구청장이 실용주의적 입장에서 해당 공무원 노동자에게 조치한 ‘훈계’(징계의 일환)도 적절한 대응은 아니다. 진보 지자체장은 그동안 진보운동이 주장해 온 ‘공무원 노동자의 정치활동의 자유’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더불어 조 구청장은 징계를 요구한 송영길을 비판하며, 그가 징계 절차를 밟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