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트21〉 40호 ‘G20 항의 운동 건설을 위해’ 기사에서 강철구 동지는 “(G20 대응) 공동전선이 선명하게 ‘반대’를 내걸기보다는 ‘항의’ 등으로 입장을 정할 수 있”는 데도, “사노위가 G20 반대 기조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서울선언’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뺀 것”은 “결과적으로 공동 선언의 내용을 온건하게 바꾸려는 일부 NGO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강철구 동지의 비판은 당시의 쟁점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노위 같은 급진좌파에 대한 온당치 못한 태도다.
당시 NGO와 개혁주의 단체들은 G20에 ‘전략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앞세워 ‘G20 서울정상회의에 즈음한 국제 노동민중시민사회 공동 선언(이하 ‘서울선언’)’의 내용을 온건하게 만들려 했고, 또 G20 공동 대응 기구 명칭에 ‘G20 규탄·항의·반대’ 등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단체 명칭에 ‘항의’ 등이 포함되면 자신들은 공동 기구에서 빠질 수도 있다는 엄포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도 강철구 동지는 이 문제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NGO보다 급진좌파에게 먼저 돌린다. 마치 사노위를 비롯한 급진좌파가 G20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선명성’을 고집하는 바람에 NGO의 온건화 압박이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물론 사노위가 공동전선에서 전술적 유연성과 기예를 발휘해 1백 퍼센트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서울선언’ 내용에 계속 개입하는 게 필요했다. 그러나 당시 사노위는 ‘서울선언’에 연명하지는 않지만, G20 대응 기구에는 최대한 힘을 싣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즉, 공동기구에서 빠지지 않고 공동행동을 위한 논의에 충실히 참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강철구 동지는 이 점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강철구 동지의 주장은 자칫하면 공동전선에서 NGO와 개혁주의 지도부가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그들의 의사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급진 좌파가 먼저 양보하고 타협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아갈 위험이 있다. 이런 주장은 NGO와 개혁주의 지도부를 붙들어 매기 위해 급진 좌파가 ‘선명한’ 주장을 삼가야 한다는 식의 불필요한 타협을 하는 것으로 발전할 수 있다.
사회주의자들에게 공동전선은 대중운동을 건설하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