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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당대표자회의 정치적 배경

지금껏 당대표자회는 조선노동당 창당 이래 단 세 차례만 소집됐다. 1958년에 열린 당 대표자회는 북한 역사상 최대 권력 투쟁이었던 1956년 ‘8월 전원회의 사건’(‘8월 종파 사건’)을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당시 김일성과 소련파·연안파의 충돌은 소련과 동유럽에서 드러난 스탈린주의 경제 모델의 한계를 징후적으로 반영했다.

1953년 스탈린 사망 후 소련 관료는 소련 경제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단지 중공업에만 투자를 집중할 수는 없고 남는 자원들을 소련의 생활수준 향상에 사용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북한의 사정은 그렇지 못했다. 북한은 스탈린 시대처럼 전후 새로운 공업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모든 자원을 집중해야 했다. 농민을 굶기고 노동자를 쥐어짜서라도 그렇게 해야 했다. 김일성이 이 입장을 대변했고, 소련파와 연안파가 스탈린 사후의 소련 관료 입장을 대변했다. 1956년 8월 전원회의에서 김일성이 승리를 거뒀다. 김일성식 경제 모델은 그후 일정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 스탈린 사후 소련 관료들이 봉착했던 문제를 북한 관료들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스탈린보다 더 스탈린다운 김일성식 경제 모델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위기 대처 방법을 놓고 관료 내 충돌이 벌어졌다. 그리고 1956년에 이어 또다시 북한 관료 내에 숙청 작업이 시작됐다. 이것이 1966년 2차 당대표자회의 정치적 배경이었다.

식량난

그리고 이번 제3차 당대표자회도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열렸다.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은 올해 들어 더 극심해졌다. 북한은 올해 쌀이 2백만 톤 가량이나 부족하며, 적어도 9백만 명 이상이 식량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2009년에 경제난을 개선시키고자 전격적으로 단행했던 화폐 개혁도 성공하지 못했다.

대외적으로도, 북한을 지렛대 삼아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제국주의의 전략 때문에 북한은 고립돼 있다.

이번 당 대표자회는 북한 지배계급이 권력 세습을 공식화해 지배 체제의 동요를 진정시키고, 대내외적 어려움을 타개하려는 시도 속에 열렸다.

이번 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김정일은 중국을 방문했는데, 이것은 중국에 더 밀착해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려는 의도였던 듯하다. 방중 과정에서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빠른 발전을 이룩해 어느 곳이든 생기가 넘친다”고 한 발언에서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 회복을 꾀할 의도도 엿보인다.

그러나 북한 지배층의 의도대로 상황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북한 체제의 모순은 근본에서 북한 지배계급이 서방과의 경쟁에 주민 다수의 필요를 종속시키는 데 있기 때문이다.

개혁·개방도 경제 회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무엇보다 북한 지배자들이 아무리 경제를 개방하고 싶어 해도 미국이 완강하게 북한 고립화 전략을 취하는 한, 개방의 폭과 속도는 크게 제약 받을 수밖에 없다.

현 상황에서 북한이 개혁·개방 노선을 실행에 옮긴다면 중국을 통한 개혁·개방만이 가능할 것이다. 중국의 방식을 모방해 대대적인 시장 개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성공이 보장된 길이 아니다. 북한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다. 또한 세계경제 위기 상황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북한 사회의 모순만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3대 세습과 ‘선군정치’라는 이름의 군사독재는 북한 노동계급 사이에서 불만을 증대시킬 것이다.

따라서 남한 진보진영은 권력 세습이나 일삼는 관료가 아닌 북한의 평범한 민중들에게 연대감을 표시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 노동자들과 연대를 위해서도 우리는 미국의 대북 압박과 제재를 반대해야 한다.

대북 압박과 제재는 북한 인민을 고통스럽게 할 뿐 아니라, 되려 북한에서 관료 독재를 강화시키는 구실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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