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부실 대학’ 학자금 대출 한도 축소에 다함께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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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는 30개 대학 학자금 대출 한도 축소안을 발표하며 퇴출 의도나 구조조정 의도는 없다고 한다. 교과부 1차관 설동근은 “이번 정책은 국가재정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학자금 대출 상환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고작 몇달 전인 5월에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었던 안병만은 “독자 생존이 어려운 부실대학은 합병이나 폐교 등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정부안도 발표됐다.
전반적인 교육 복지 향상을 위해 재정이 어려운 대학에 지원을 늘려야 마땅한데 선택과 집중 논리를 엉뚱한 곳에 적용한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 구조조정은 단지 몇몇 대학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2005년부터 지금까지 34개 대학이 17개로 통폐합됐다. 이것은 역대 정부가 교육재정을 취업 실적이 좋은 상위권 대학의 돈 되는 학과에 집중 지원하고, 전체 교육 재정을 확충하고 싶어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미있는 저항과 성과가 있었다. 충남대·충북대, 경상대·창원대 등 거점 국립대학 간 통합은 교수와 학생의 저항으로 실패했다. 고려대학교에서는 통합된 병설보건대 학생들의 투표권 문제를 빌미로 벌어진 ‘출교’에 맞선 투쟁에서 학생들이 2년 동안이나 끈질기게 저항해 승리했다. 중앙대학교는 두산이 인수하며 구조조정을 추진했지만 중앙대학교 당국은 교수·직원·학생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상대적으로 정치적 파급력이 약한 30여개 대학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하려 한다. 이번 정부안은 대학 신자유주의화 움직임의 일부인 것이다. 지방 사립대학들에게는 생존의 문제고 수도권 대학들에게는 인원 축소 문제라는 양상이 다를 뿐이다. 이미 동국대학교, 성균관대학교 등 수도권 대학들에서 개별적으로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차관 설동근은 “대학 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데 상당한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정부안이 수도권 대학들에서 진행되는 구조조정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음을 드러냈다. ‘부실 대학’들의 낮은 취업률을 문제 삼는 것은 학벌주의를 부추겨 학생들을 이간질하려는 교활한 의도가 숨어 있다.
이것이 지역과 부문을 넘어선 연대를 건설해야 하는 이유다. ‘국가 재정 건전성’ 운운하며 이번 교과부 조처를 정당화한 데서 알 수 있듯이, 교육 부문을 공격하며 국가 재정 위기를 만회하려는 시도에도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