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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착한 에너지 기행》:
"희망을 끄집어 낼 수 있는 건 세계 민중"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젊은 연구자들이 책을 펴냈다.

부제가 보여 주듯 일곱 명의 연구자들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직접 보고 깨달은 바를 전한다.

“기후정의 원정대, 진짜 녹색을 찾아 세계를 누비다”

《착한 에너지 기행》, 이매진, 1만 4천 원, 336쪽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가 생생한 사례를 전하려고 기행문 형식으로 책을 엮은 듯하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각각의 사례나 경험은 에너지 기후변화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두고 벌어지는 여러가지 논쟁에서 한쪽 편에게 강력한 무기, 근거를 제공한다.

1부 ‘석유독립으로 꿈을 이룬 착한 도시들’은 재생가능 에너지 도입 사례들을 소개한다. 필자들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한 사회가 새로운 에너지 순환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자들이 소개한 독일, 오스트리아, 일본, 영국의 사례는 그 자체로 이런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반론이 된다.

2부 ‘자원 개발로 신음하는 아시아의 주민들’에서는 이른바 ‘기후정의’ 문제를 제기한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로 실제 피해를 겪고 있는 아시아 민중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듣는다.

‘기후정의’라는 무게감있는 단어에 담긴 내용은 사실 간단한 것이다.

‘왜 선진국들이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에 후진국 민중이 고통받아야 하는가’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선진국 정부들은 때로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원조’라는 이름으로 이들의 땅에서 에너지 전쟁을 벌인다. 이런 전쟁은 종종 지역간, 지역내 갈등을 조장한다.

필자들이 공공연히 ‘제국주의’ 문제를 언급하지는 않지만 독자들은 해결책을 마련하려면 패권적이고 야만적인 국제 질서도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에 자연스레 도달하게 될 것이다.

3부 ‘녹색이기를 주저하지 않는 적색 친구들’은 기후변화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노동조합 얘기다. 키워드는 ‘녹색 일자리’와 ‘정의로운 전환’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데 기후변화를 멈추겠다고 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을 일자리에서 내쫓아야 할까? 훨씬 나은 대안이 있다.

화석연료 중심의 현 에너지 체계를 재생가능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계로 전환하면 수많은 녹색일자리가 생겨난다. 그 전환 과정에서도 수많은 일자리가 생겨난다.

기존 에너지 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쫓아낼 것이 아니라 이런 녹색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그들을 교육하고 생계를 지원해 기후변화 해결 책임이 노동자들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정의로운 전환’이다.

4부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연대하라’는 지난 몇차례의 유엔기후회의에서 선진국 정부들이 보여 준 무책임한 태도를 폭로한다. 필자들은 동시에 그 회담장 밖에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운동을 소개하며 “희망을 끄집어낼 수 있는 건 각국 대표단이 아니라 세계 민중”이라고 단언한다.

물론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독자들도 있을 듯하다.

혼잡통행세는 정의로운가? 부자들만 쾌적한 도로 위를 달리게 하는 건 아닌가?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 성장은 어떻게 해야 정의롭고 친환경적인가? 소규모 지역사회에 도입된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을 거대 도시들에 적용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무책임한 선진국 정부들을 움직이려면 어떤 운동이 필요할까? 등.

이런 물음들에 대한 답을 담은 후속편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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