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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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0일~10월 2일에 경남 통영에서 2010 ‘시민 환경 운동가 대회’가 열렸다. 2박 3일 일정에 시민단체 활동가 1백80여 명이 참가했다.
활동가 수련회 형식으로 개최된 이번 대회에 토론 프로그램이 많은 시간을 차지하지는 않았지만 둘째 날 ‘한국의 정치지형과 시민정치운동’을 주제로 한 토론은 흥미 있었다.
여기서는 크게 두 가지 쟁점이 토론거리로 제기됐다.
그중 하나는 시민운동이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지였고 다른 하나는 시민운동이 어떤 정치운동을 해야 하는지였다.
첫째 쟁점과 관련해 참여연대 김기식 정책위원장 등은 현재 젊은 시민운동 활동가들이 정치 문제를 지나치게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말에 시민운동을 시작한 활동가들은 단일 쟁점 위주의 운동을 하면서도 정치적 조망을 가지려 노력했는데 1990년대 말 이후 시민운동에 발을 들여놓은 젊은 활동가들에게는 이런 문제의식 자체가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시민운동 활동가들 사이에는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시민단체의 정치 운동 참여를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있다.
이런 의견을 두고 김기식 정책위원장은 시민단체가 지향해야 할 것은 정치적 ‘중립’이 아니라 ‘독립’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금 많은 사람들이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운동 자체보다 정치 부분에서 “병목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시민운동이 정치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정치는 대체로 선거 정치에 국한된 것인 듯했지만 그럼에도 그의 지적에는 어느 정도 공감할 만한 측면도 있다.
2008년 촛불항쟁 이후 이명박 정부에 대한 총체적 불신은 사라지지 않고 있지만 그런 광범한 대중 정서는 정치적 대안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촛불항쟁 당시에나 그 뒤 4대강 문제에서나 민주당은 늘 동요하고 정권과 타협하려 했다. 2008년 분열 이후 진보정당들도 정체하고 있다.
1990년대 이래 크게 성장했던 사회운동 NGO들도 상당 부분 민주당 집권 기간에 민주당에 정치적으로 ‘의존’하거나 그 지도자들이 정부에 참여함으로써 인기를 잃었다. 그들이 늘 최대의 명분으로 삼은 정치적 ‘중립’이나 ‘독립’은 설득력이 떨어졌다.
사실, 한국의 사회운동 NGO들은 한나라당한테서는 정치적으로 독립적이었지만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한테서도 독립적이었다고 하긴 어렵다.
따라서 김기식 정책위원장 등이 주장하는 시민정치운동의 성패는 민주당에도 독립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이 점에서 김기식 정책위원장의 ‘빅 텐트론’은 그 자신이 제기한 과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김기식 정책위원장은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의 시민사회가 ‘분화’했기 때문에 더는 시민단체들이 정치를 외면할 수 없게 됐다고 얘기했지만 그런 분화의 핵심에는 계급 문제가 놓여 있다.
자본가 계급에 기반을 둔 민주당과의 빅 텐트론이 독립적인 시민정치운동이라는 과제를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