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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타임오프를 무력화했다는 평가는 옳다

기아차 임단투 결과를 두고 여전히 많은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조선일보〉와 주류 언론들은 기아차 잠정합의가 나오자 ‘타임오프 수용’이라는 내용으로 왜곡보도했다.

그리고 기아차의 우파 ‘현장조직’들은 대부분 ‘금속노조에 납부하는 조합비를 납부하지 말라’며 집행부를 공격했다. 자주파 ‘현장조직’과 초좌파적 경향은 ‘편법을 사용해서 타임오프를 수용했다’, ‘주간연속 2교대를 실현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부결을 주장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적지 않은 찬성률로 1차 투표에서 합의안을 가결했다. 지금까지 기아차에서는 임금과 단협이 1차 투표에서 통과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일부 초좌파 경향처럼 이번 임단투 결과를 배신적 타협과 패배라고 평가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본다.

물론 이번 기아차 투쟁에 여러 아쉬운 점과 비판할 점(조합원들의 행동을 적극 조직하지 못한 점, 비정규직 단협을 의미 있게 진전시키지 못한 점, 주간연속 2교대를 실현하지 못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타임오프를 현장에서 무력화한 것과 손배 가압류와 고소·고발을 철회시킨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사측이 비정규직에 대한 손배와 고소·고발 문제에 대한 합의를 번복해 혼란이 있었지만 이 역시 철회하기로 재차 약속했다.

최근 기아차지부의 대의원대회에서 사측이 조합원들에게 지급하기로 한 추가 수당으로 조합비를 인상해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통과됐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타임오프가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한탄했다. 이것은 시사적인 일이다.

타임오프가 노린 것은 노동조합 활동의 전반적인 축소와 제약이었다. 대의원들의 현장 활동을 봉쇄하고 전임자의 임금을 볼모로 노동조합을 길들이려 했던 것인데 이런 시도가 기아차에서 무력화된 것이다.

단적으로 이번 대의원대회가 3주 동안 진행됐지만 사측은 대의원들에게 어떤 제약도 가하지 못했다. 화성공장에서는 일부 감독자들이 대의원의 현장 활동을 통제하려다가 조합원들이 잔업 거부로 맞서자 부서장 등이 내려와 두 차례나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점을 볼 때 이번 기아차 임단투가 패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가 투쟁을 평가할 때는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세력관계와 현장의 선진적인 조합원들의 자신감 정도를 잘 이해해서 구체적인 평가를 하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