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범대 구조조정 말고 교사 채용 확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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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정부가 사범대 구조조정 안을 발표했다. 정부 발표를 보면 사범대 열 곳이 C등급을 받아, 내년에도 같은 등급이면 정원을 20퍼센트 감축해야 한다.
비사범대생들이 교직을 이수할 수 있는 기회는 더 줄어들게 됐다. 교직이수 과정은 49개 모든 대학이 C나 D 등급을 받아 정원을 20퍼센트 또는 50퍼센트 줄여야 한다. 교육대학원도 두 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이 C나 D 등급을 받아 교직 양성 기능을 50퍼센트 줄이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
지난 토요일 교사대 예비교사 한마당에 참가한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 보니 많은 학생들이 정부의 일방적 구조조정에 반감이 있긴 하지만, 구조조정은 필요하다는 정서도 꽤 널리 퍼져 있었다.
올해 서울지역 임용 경쟁률이 43.8대 1에 이르는 상황에서 교사 자격을 가진 사람을 줄여 경쟁률을 낮추자는 정서가 광범한 것이다.
하지만 교사 임용 경쟁이 심각한 이유는 모두 정부와 사립학교, 기업들이 교육과 청년들의 고용을 위해 돈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교사 채용을 줄이고 있다. 2000년대 중반 89퍼센트까지 되던 교원 확보율이 지금은 80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정부가 정한 기준으로 봐도 교사 3만 7천여 명을 더 충원해야 한다.
또 심각한 청년실업 때문에 학생들이 교사 임용시험에 몰리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교사 수를 늘리긴커녕 줄이고 있다.
정부는 사범대를 구조조정해 교사 수를 줄여 교육에 드는 돈을 줄이려 한다. 또, 사범대 구조조정은 정부가 만든 극심한 임용 경쟁의 책임을 감추는 효과도 낼 것이다.
이런 정부에 맞서 교사 임용을 늘리려면 학생과 교사 들이 단결해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그런데 학생들이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받아들인다면 정부의 논리에 일관되게 대응하기 힘들고, ‘부실’하다고 찍힌 사범대와 교직을 이수하려는 비사범대 학생들을 제대로 방어할 수 없다.
구조조정 대상인 대학 학생들은 정부와 대학이 만든 ‘부실’ 낙인에 고통받고 있다. 또 교사를 지망하는 비사범대생들은 교사가 될 기회를 크게 제한받게 되므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정서가 클 것이다.
이런 학생들의 분노를 모아 정부가 교사 수를 늘리도록 단결해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가 강요하는 사범대 구조조정을 분명하게 반대하며 동력을 확대해야 한다.
사범대 구조조정은 사범대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9월에 대학 30곳을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으로 발표한 것에서 보듯 정부는 전체 대학에 구조조정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일자리를 늘릴 생각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를 축소하려 한다. 여기에는 배움의 기회가 가로막힌 사람들에게 불안정한 저질 일자리를 받아들이게 하려는 악랄한 의도가 담겨 있다.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고통을 떠넘기려는 시도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